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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ce a week May 02. 2017

아이유, 혁오, 그리고 샤이니 종현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이십대 세 가수

(제목과 소제목의 위치만 바꾸어 써봤을 뿐인데 어느 낚시성 기사 못지 않구만..!) 들을 노래가 아주아주 풍성한 요즘인데 바로 좋아하는 세 가수가 비슷한 시기에 모두 앨범을 냈기 때문이다. 아이유는 정규4집 <팔레트>를, 혁오는 첫 정규앨범<23>을, 그리고 샤이니 종현은 두번째 소품집<이야기 op.2> (미니앨범 같지만 10곡이나 들어있다) 을 냈다.  세 가수가 차트에 나란히- 있던 날, 마음이 더 없이 훈훈해서 사진을 찍어두었다.


170424 지니


지금 대중의 선택은 아이유인듯 하고, 여전히 혁오는 힙-한 것 같으며, 종현은 차트에서 뒤로 밀려났다. 그치만 난 여전히 세 앨범을 돌아가면서 듣고 있다. 아이유는 막 마지막 방송을 끝냈고 (지난 챗셔 앨범도 방송활동이 없었는데, 인간적으로 일주일 활동은 너무 짧다. 그래도 스케치북 나와줘서 좋았다!) 혁오는 당분간은 방송에 종종 나오지 않을까 싶고 (그치만 너무 희소하게 나온다. 엠카에 한 번 나왔고, 스케치북에 나왔다! 아이유와 같은 날! 같이 노래도 불렀다!), 종현은 방송활동이 없었다.... (태연이랑 Lonely 부르는 거 보고싶다. 브이앱에서라도, 아님 SM 유튭 채널에라도 올려주세요. 제발. )


조금 덕후같으니까 여기까지만 하고.. 이 앨범들이 유독 좋았던 이유는 셋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길을 걸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앨범들은 그들이 가고자 하는 길에서 풀어놓는 이야기들이어서 더욱 귀를 쫑긋-하면서 들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연예인에게 혹독한 한국 사회에서 나름 각자의 제약(아래서 좀 더 풀어쓰겠다)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기에 더 없이 소중하고 무작정 응원하고 싶었다.


힙하다는 것, 혁오밴드


"미니 앨범 두 장에서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서 고민이 됐다. 비슷한 색깔을 가진 앨범을 내야할까, 아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려야할까. 그런데 아직 정규 앨범은 내지 않아서, 비슷한 색깔로 <23> 정규앨범을 내기로 했다." 스케치북에 나와서 혁오가 앨범에 대해 한 이야기다. (정확한 워딩은 아니고 기억나는대로 적었다) 데뷔한지 7개월 만에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소개됐고 곧 <무한도전>에 섭외됐다. 인디밴드로서는 아주 드물게 데뷔하자마자 "떴다." 핫하고 힙했다. 특히 중국에서 쭉 유년생활을 보내다 한국에 대학을 오게되면서 한국 살이를 시작한 혁오에게 어느 날 갑자기 한국의 슈퍼스타가 된 것은 얼마나 얼떨떨한 일이었을까.


이날 이후 더욱 핫핫핫 해졌다.


그래서 고민이 됐을거다. 정규 앨범을 어떻게 내야할지. 잘못하면 반짝 스타로 끝나버릴지도 모르니까. 미니 앨범 단 두 장을 냈고, 데뷔한지 불과 2-3년이 됐을 뿐인데, 거기다 밴드인데, 벌써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하나 고민을 한 이유다. 그치만 혁오는 뚝심있게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자신의 불안정한 이십대를, 여전히 채도가 낮은 어조로 말이다. 핫하고 힙해졌다해서 어깨에 힘을 주지도 않았고, 공감을 얻기 위한 센-표현들을 넣지도 않았다. 그냥 그가 하던 음악들로 앨범을 채웠다. 그리고 여전히 그것은 핫하고 힙하다.


락이냐 뭐냐는 규정을 넘고, 인디밴드와 세련된 뮤비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을 넘고, 여전히 규정과 상관없이 모두를 사로잡는 음악과 세련된 뮤비를 내놨다. 아마도 그는 다음 앨범에서 다시 고민을 할지도 모른다. 어떤 모습을 보여주어야할까 말이다. 그 때도 여전히 답은 이랬으면 한다. 그냥 자신의 이야기를 할 것. "스무 살에 만든 노래들이라 앨범 제목이 <20>이었고, 이어서 스물두살 무렵 만든 앨범 <22>가 나왔고, 스물 세살쯤 만들어서 작년에 내놓으려고 했는데, 조금 늦게 올해 나왔지만 그냥 <23>"이라는 그의 담백한 설명처럼.


스물 셋을 지난 스물 다섯의 아이유


여기 또 한 명의 스물 다섯 뮤지션이 있다. 그나마 혁오는 남자이고, 인디이지만 이 뮤지션의 경우엔 정반대다. 여자이고, 대중가수다. 이것만으로도 그녀에게 얼마나 많은 제약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처음 스캔들이 났을 때를 생각해보라. 말로 담을 수 없을 성적인 희롱들이 늘 뒤따라다녔다. 그런데도 꿋꿋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 하려고 했다. 스물셋에 나왔던 <챗셔>앨범은 그래서 도발적이었다. 겨우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로 그녀에 대한 희롱과 안티를 잠재웠는데 그 다음 앨범이 "내가 여우게, 곰이게 맞춰봐, 너의 머리 꼭대기 위에서 놀거야"라는 가사가 담긴 스물 셋이었으니까 말이다. 물론 그 노래의 포인트는 너를 갖고 놀겠다는게 아니다. 내가 이런 사람인지 저런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나도 내가 원하는 것을 잘 모르겠는데, 사람들은 이미 나를 규정해버렸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치만 그녀를 향한 잠재돼있던 미움들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수록곡 <제제>가 논란이 되며 그녀는 억지로 사과를 해야만 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나 나온 앨범이다.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비판받았다고 해서 뒤로 숨지 않았다. 오히려 더 단단해져서 이야기를 한다. 이제 나는 촌스러운 것이 좋고, 단발머리가, 보라색이 좋다고 말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던 스물 셋과는 달리 이젠 무언가가 좋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당신들이 나를 미워하는 걸 안다고 말한다. 스물 셋에는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시선들을 신경쓰느라 오히려 스스로를 부정해버렸지만, 이젠 자신을 인정하고 긍정한다. 그리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번에는 좋은 반응이 나온다.



어쩌면 기획사의 영민한 전략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꽃갈피>에서 사랑받은 그녀의 모습을 <밤편지>라는 선공개 곡으로 보여주며 대중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연애를 끝낸 그녀의 사생활과 맞물려 <사랑이 잘>이라는 또 하나의 선공개 곡은 많은 공감을 얻어낸다. 그리고 그 후 그녀의 이야기가 전면에 부각된 <팔레트>가 나온다. 전략의 유무와 상관없이 난 그녀가 그녀의 이야기를 끝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을 긍정한 그녀에게 앞으로 좋은 일만 가득할리는 없다. 그렇게 긍정한 내가 다시 무너질 수 있고, 그게 내가 아니었을 수 있으며, 더 큰 좌절과 실연을 겪을지도 모른다. 그 때도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난 챗셔 앨범에서 제제와 레드퀸이, 이번 앨범에선 잼잼과 블랙아웃이 가장 좋았다. 대중이 원하는 아이유의 모습이 아닌, 아이유가 하고 싶은 말을 할 때가 가장 빛나기 때문이다.


10년차 아이돌의 또 다른 시작, 종현



아이돌을 하나의 직업으로 본다면, 이 직업의 근속연수는 10년도 채 안될 것이다. 좀 떴다면, 아마 재계약 시점이 보통 7년차이므로 평균 7년정도 되려나. 그 후에는 개인활동으로 인지도를 높인 멤버는 연기나 방송으로 활동을 이어갈 것이고 그 외의 멤버는 글쎄 그렇게 잊혀지겠지. 아이돌의 미래에 대해서는 사실 한번쯤 써보고 싶었던 글이라 다음 번에 좀 더 써보기로 하고, 이번엔 그 미래를 스스로 그려가는 종현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내년이면 데뷔한지 만 10년을 꼭 채우는, 현재 10년차 아이돌 그룹 샤이니. 종현은 샤이니의 메인 보컬을 맡고 있다. 연기나 뮤지컬 같은 다른 활동은 거의 없이 2015년 첫 솔로 미니앨범을 냈다. 2016년 첫 정규앨범에선 단 한곡을 빼고 모두 자작곡으로 채워 넣었다. 그리고 2017년 소품집 앨범 수록곡 10곡을 모두 작사, 작곡을 한 자작곡으로 채웠다. 그간 샤이니 앨범에서 종종 작사를 하더니, 샤이니 <VIEW>앨범과 태민 솔로 앨범의 수록곡을 작곡했고, 다른 가수의 곡도 만들며 (아마 대중들이 잘 아는 곡 중엔 이하이의 <한숨>을 작사, 작곡 했다) 쌓아온 실력 덕분이었다.


아이돌 가수는 많은 대중적 인지도와 동시에 많은 깔보는 시선을 받는다. 소비는 많이 되지만 가치있게 소비되지는 못한다는 거다. 가장 큰 원인은 "딴따라"이기 때문. 기획사에서 만들어준대로 행동하고 노래할 뿐, 자기 생각을 담아 곡을 쓰고 노래하지 않는단 것이다. 나 역시 스무살 무렵 한창 락을 들을 땐 그런 시선으로 아이돌을 바라봤다. 마치 음악에도 높고 낮음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치만 요즘엔 정말 이렇게 브런치에 K-POP리뷰를 써내려갈만큼, 아이돌 그룹을 좋아한다. 그 계기가 바로 샤이니였다. 샤이니의 완벽한 무대, 특히 그 격렬한 짜임새 있는 안무를 추면서도 흔들림 없는 보컬을 보면서 감탄을 했다. 거기다 SM의 세련된 영상미 + 비쥬얼디렉터 민희진의 기획력에 빠져 그야말로 팬이 됐다. 종현은 그런 완벽한 시스템과 제도 안에서 퍼포먼서로서의 제 역할을 다 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해왔을 것이다. 그 노력을 어찌 비판할 수 있냐는 거다. 나 역시도 이 회사라는 시스템안에서 일개미처럼 일하는데 말이다! 그 관점이면 다 자기 일 해야하지 않겠나.


샤이니의 세계관을 구축한 3집 앨범, 가장 완성도 있는 앨범이었다


그렇게 완벽한 퍼포먼서였던 종현은 이젠 그 비판마저 더 이상 먹히지 않을만큼 완성도 있는 곡 작업을 해내고 있다. 시스템 속에서 완벽하게 역할을 해내던 10년차 아이돌은 이제 그 시스템을 이용해서 자기의 일을 한다. 아이돌이라는 직업에서 시작해 이제 음악 자체를 업으로 삼게 된 것이다. 그런 그에게 아이돌이라는 규정과 한계는 더 이상 무의미하다. 음악에서 뿐만 아니라, 그는 일상에서도 꾸준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회사에서 만들어준 멘트가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를 말이다.



MBC라디오 <푸른밤 종현입니다> DJ를 3년 동안 맡아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해왔고, 트위터에서는 팬들과 직접 소통한다. 그것도 자신의 생각과 주관을 또렷하게 표현해내면서 말이다. 민감한 문제도 피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잘못이 있다면 사과를 한다. 회사에서 짜여진 사과문이 아닌 본인 스스로의 생각으로 말이다. 대표적 사례는 젠더감수성이 예민해진 최근, 라디오에서 "뮤즈"라고 언급한 것 + 콘서트에서 성소수자에 대해 "그 쪽"이라고 칭했다가 비판을 받았던 그는, 그의 잘못된 것이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묻고, 성소수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며 사과했다. 그는 아이돌이라는 규정에 제약을 받지도 않고 그 안에 숨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아이돌의 미래를 그에게서 조금은 기대해보고 싶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이제 이런 관점에서 이 세 앨범을 다시 들어봤으면 좋겠다. 그냥 멜로디와 훅으로만 가요를 소비하기 보단,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 세사람의 목소리에 좀 더 주목해서 말이다. 어떤 마음으로 이 음악을 만들었을지, 어떤 맥락에서 이런 앨범이 나왔을지를 생각하며 듣는다면 보다 풍성하게 그들의 목소리와 앨범이 들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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