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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ce a week Apr 26. 2017

일상의 회복, 치앙마이 3

함께를 기르는 법 2

생각보다 글 사이의 텀이 길다. 컴퓨터를 켤 시간이 없을만큼 정신없이 지내는 요즘이다. 치앙마이 이야기의 큰 주제는 일상의 회복이다. 누구든 한번쯤 인생에서 감정적으로 바닥을 찍는 순간이 있다. 나는 연애가 끝나고, 동시에 부모님과도 크게 다투고, 회사에서도 일(보단 사실 사람)에 치이는 것이 점점 견디기 힘들어지면서 바닥을 찍었다. 구체적으로는 일상생활이 엉망이 됐다. 그리고 무작정 떠난 치앙마이에서 어떻게 일상을 다시 회복해나갈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일상이 회복되기 위해선 우선 혼자서 잘 지내는 것이 중요하며, 나아가 어떻게하면 다른 사람과도 잘 지낼 수 있을지도 고민해봤다. 이번 글은 다른 사람과 어떻게 하면 잘 지낼 수 있을지, '함께를 기르는 법' 두 번째 글이다.


치앙마이에서 좋았던 순간들 중 하나는 스쿠터를 타고 동네 시장에 가서 장을 보고, 집에 돌아와 다 같이 밥을 해먹고 이야기하고 치우던 아주 평범한, 정말 일상적인 순간들이다. 물론 이 일상적인 순간은 치앙마이에만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일상을 어떻게 채우는지가 달랐다.  


현재 나는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집에서 출퇴근을 하기에, 엄마가 1시간을 들여 차려주는 아침 밥을 5분 만에 몇 숟갈 뜨고 회사를 간다. 퇴근 후 집에와서 저녁을 먹는 건 일주일에 1-2번, 보통 일에 지쳐서 오기 때문에 역시 엄마가 공들여 차려준 밥을 가족과 함께 하지만 눈은 TV로 향한채 먹는다. 밥을 먹고 나면 TV를 조금 더 보다가 방으로 들어가서 내 할일을 한다. 가족과 함께 살고 있지만 이 함께 산다는 건 물리적인 의미일 뿐, 정말 어우러져서 함께 삶을 의미하지 않는(못한)다


그런데 치앙마이에서 불과 며칠을 함께 있게 된 사람들과는 그 며칠동안 어우러져서 지냈다. 함께 먹을 밥을 짓고, 이야기 하며 먹고, 정리하고. 이렇게 평범한 일상들을 다른 방식으로 지내보고 나니, 그제서야 엄마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혼자서 밥을 짓고, 혼자서 정리하고, 밥먹는 시간마저 같이 먹지만 혼자 먹었을 엄마에게. 그리고 함께 잘 지내기 위해선, 함께 있는 시간을 좀 더 충실히 보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평범한 일상을 한발짝 떨어져서 바라보고, 그 일상을 다른 방식으로 채워보니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스쿠터를 타고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의 동네 시장. 여기서 장을 봤다.


이렇게 시장에서 장을 보고 돌아와 다 함께 음식을 만들고 담고 테이블에 올려놓은 후, 다같이 둘러앉아 함께 만든 밥을 먹는 일상이었다. 마치 <삼시세끼>처럼 하루의 많은 시간을 밥을 함께 해먹는 데에 보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은 지극히 평범하지만 너무나 소중한 순간들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삼시세끼>를 좋아했던 건, 어찌보면 우리가 놓치면서 지내는 그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을 아주 충실하게 채워내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내가 깨달은 진정한 의미에서 '일상의 회복'이라는 건, 단순히 일상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매 순간들을 '충실하게 보내는 것' 이다. 지금부턴 그렇게 준비해서 함께 먹은 음식사진들을 올려본다. 침 꼴깍- 넘어간다.


치앙마이에서 먹은 첫 저녁. 둘이 먹기에 너무 많지 않아? 하고선 다 먹었다 (내가 1.5인분 먹은듯) 
아침
정말 진짜 핸드드립 커피
둘째 날 저녁
다음 날 아침. 바나나잼을 넣은 오트밀에 반했다.
마지막 날 저녁


혼자를 기르는 법과 마찬가지로 함께를 기르는 법 역시 직접 겪어야 알 수 있다. 


함께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함께 잘 지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구체적인 경험으로 깨달을 때 가장 크게 와닿는다. 여전히 쉽지 않다. 회사에서 영혼까지 탈탈 털린 후 집에 돌아오면 온전히 내 시간을 갖고 싶다. 언제부터였을까, 먹고사니즘을 제외하고선 공통 관심사나 공감대가 없는 가족과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 어렵기만 하다. 그렇다고 '가족이니까 부대끼고 살아야지'라는 당위만으로 함께 사는 것을 정의내려 버리고 싶지는 않다. 정말로 같이 잘 지내보고 싶다.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지 한달이 지나가고 있다. 전보다 더 나아진 것이 아직은 없는 것 같다. 그냥 시간이 흘러서 서로간의 묵었던 감정이 사라지기만을 바랐는데, 며칠 전 갑작스런 친구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장례식장에 다녀오고나니, 마냥 시간을 흘러보내기보단 뭔가 해봐야겠단 생각도 든다. 그래 조금은 다가가 봐야지.


앞의 글이 길어서 두 개로 나눠썼는데, 두번째 글은 짧아져 버렸다. 대신 앞에 로컬 마켓을 소개했으니, 이번엔 치앙마이에서 가장 크게 열리는 선데이 마켓 사진을 올려본다. 시장의 풍경들, 장이 오후 5시쯤 열리는데 그 전에 가서 한적했다. 나중엔 줄서서 다닐만큼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몇 개 블락을 아예 차를 다 막아버리고 장이 크게 들어선다.


안파는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한 것들을 팔고 있다. 특히 아기자기한 수공예품들이 너무 많았는데, 시장 규모도 크고 사람도 많아 일단 예쁜게 눈에 보이면 고민하지 않고 사고봤다. 잘한 것 같다.



열심히 산 결과가..아래에 있다. 시장에서만 산건 아니고 마트와 님만해민의 샵에서 산 것들도 있다. 마트에선 똠양꿍 페이스트를 브랜드별로 모았다(!). 님만해민에선 에코백, 파우치, 책을 샀고, 시장에선 책갈피, 장신구, 그리고 가장 맘에 드는 나무로 만든 식기류들도 샀다.  



그리고 시장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음식들! 돌아다니면서 잘도 주워먹었당. 

유일하게 검색해서 찾아간 곳. 유명하다는 블루누들샵의 고기국수.
부드럽고 깔끔하고 맛있다.
싹싹 다 먹고 뼈만 남겼다.
딤섬류-
혼자서, 길에서, 서서도 잘 먹는다.
군만두-
잘 먹는다.
생과일 쥬스도 빼놓을 수 없다


함께를 기르는 법이 주제였는데 왠지 먹방으로 끝난 것 같기도 하고.....?! 치앙마이 마지막 이야기는 여행, 그 후- 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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