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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ce a week May 06. 2017

일상의 회복, 치앙마이 4

여행이 끝나고 난 후

치앙마이 마지막 글이다. 5월 연휴 중에 치앙마이 글을 마무리 지으려고 생각하며 문득 돌이켜봤다. 


그래서 여행 후에 내 일상은 정말 회복이 되었나? 


사실 치앙마이로 떠나기 직전 헤어진 그에게 전화가 왔었다. "만나는 시간동안 행복했다고, 앞으로 더 행복하길 바란다고." 그 전화 한 통은 온 사방에 흩뿌려진 내 자신을 다시 담아낼 수 있는 힘을 주었다. 헤어짐을 받아들이고 가장 슬펐던 것은, 비록 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난 그 시간동안 너무나도 행복했고 내가 좋아했던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이었고 덕분에 내 삶에 너무나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는데, 상대는 나와의 만남을 후회하진 않을까, 나와의 시간을 지우고싶어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었다. 그래서 그 전화 한 통은 정말 너무나 고마웠다. 나를 추스를 수 있게 해주었다. 마지막까지 고맙게도 참 좋은 타이밍이었다.


그래서 치앙마이에서 좀 더 나 자신에 집중할 수 있었고 여행이 끝나고 난 후 나는 다시 일상을 채워나가고 있다. 혼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했는데 혼자 지낸지 6개월, 이젠 잘 지낸다. 늘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지냈던 것 같은데 이젠 아무도 그립지가 않다. 어쩌면 누군가가 정말 그리워서가 아니라 그냥 외로워서 누군가를 늘 그리워한 것은 아니었는지 싶다. 일상은 회복되었고 그리움이 없는 봄을 꼬박 보냈다. 조금은 단단해진 느낌이 든다.


여행 후 한달 정도는 정말 충만한 마음으로 보냈다. 흩어진 조각들을 붙이며 단단해지는 것이 온 마음으로 느껴져서 더더욱 순간들을 충실하게 보냈다. 그러다 최근에는 정신없이 바빴던 회사 일들이 조금은 부당하게 바쁜 것들이어서 마음에 소용돌이가 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고맙게도 몇몇 팀원들이 이를 알아봐주고 위로해주며 스트레스 해소용 저녁자리를 만들어주곤 했는데, 덕분에 아주 빠른 속도로 빠졌던 살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




그 외에도 치앙마이에서 좋았던 것들을 가져와서 일상이 조금은 달라지기도 했다. 우선 아침마다 노래를 듣게 됐다. 치앙마이에서는 매일 아침 명상 음악을 들으며 요가를 했다. 가장 좋았던 순간은 요가가 끝나고 난 후 눈을 감고 내가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에 집중하며 음악을 듣던 시간이다. 아침에 요가를 할 만큼 부지런하진 않지만 대신 명상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음악을 모아서 무려 마인드풀니스라는 앨범을 만들어, 잘 사용하지 않던 블루투스 스피커를 드디어 활용하기 시작했다.


지니에 있는 마이앨범 중 일부 - 여행 후 바로 만든 mindfulness 앨범


처음엔 명상음악이었지만 요즘에는 그냥 내키는대로 듣는다. 주로 밝은 음악들 위주로! 사실 아침에 일어나서 혹은 샤워할때 음악을 듣는 것이 허세라고 생각했는데 이 음악 하나로 내 하루의 분위기가 완전 바뀔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마인드풀니스 명상 자체에도 관심이 많아져서 처음에 좀 배워보려고 했는데 아직 거기까진 미치지 못했다. 명상 조차도 사실 시간을 내야만 가능하기 때문인데, 좀 더 손쉽게 일상 속에서 명상하는 법을 찾아봐야겠다.


이런 것도 찾아서 캡쳐해놨었군


그리고 또 한가지는 음식 해먹기. 여행 후 한 달동안은 주말마다 엄마 대신 내가 요리를 했다. 엄마가 좋아하는 파스타부터 치앙마이에서 사 온 페이스트를 활용한 태국 요리까지! 그치만 곧 회사가 바빠지면서 주말에 뻗기시작하며 ㅠㅠ 요리도 중단됐다. 오늘 비록 부모님은 집에 안계시지만 홀로 오랜만에 요리를 했당! 평일에 요리를 하면 배가 고파서 정말 대충대충 만들어 대충 그릇 하나에 다 담고 (설거지 그릇 많아지는 거 싫어...) 와구와구 먹는데, 주말에 요리를 하면 좀 더 예쁘게 세팅해서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예쁘게 세팅해먹는 것 역시 허세라고 생각했지만 예쁘게 해놓을 수록 뿌듯함도, 맛도 배가 된다. 그리고 혼자보단 역시 음식은 누군가와 함께 먹는 게 좋다. 맛있다고 칭찬해주는 사람이 있어야해!


엄마에게 해준 태국요리들, 재료 세팅!
치앙마이 마트에서 종류별로 똠양꿍 페이스트를 사옴 :p
커리 & 똠양꿍! 집에 콩밥밖에 없었다....ㅋㅋㅋㅋㅋ
오늘 아침 해먹은 볶음밥, 토마토에 빠진 요즘. 그냥 먹고 쥬스로 먹고 구워먹고 스크램블에 넣어먹고
저녁은 똠양꿍 쌀국수. 지난 번 페이스트 브랜드가 더 맛있군. 요건 코코넛 가루가 가미되어서 덜 맵다


마지막은 바나나 잼을 넣은 오트밀. 치앙마이에서 머물렀던 곳 앞에 바나나 나무가 있어서, 그 바나나를 따서 만든 잼 맛을 봤는데 진짜 홀딱 반한 거다. 특히 고소한 오트밀에 넣어먹는 그 맛! 그래서 돌아오자마자 한 것이 바로 바나나잼 만들기였다. 벌써 두 통째 만들고 다 먹어서 세 통째 만들려고 오늘 바나나 사왔다. 오트밀은 원래 잘 안먹었었는데, 그 맹맹하고도 고소한 맛에 중독되어서 2-3일에 한번 꼴로 먹었다. 냠냠- 라오스에서 고수 맛을 알았다면, 치앙마이에선 오트밀 맛을 안게 가장 큰 행운. 치앙마이에서 오트밀이라니 좀 이상하긴(?) 하지만 ㅋㅋ


바나나를 몽탕 잘라 넣는다. 레몬즙은 갈변현상을 막아준다!
끓인다
완성!
토스트에 발라먹고 오트밀에 넣어먹고


블로그를 열심히 하게 된 것도 또 다른 변화다. 글을 쓰는 것이 이렇게 많은 위안이 되는 줄 몰랐다. 글을 쓰며 내 생각을 정리하고 정리하면서 마음을 다스릴 수 있게 된다. 특히 치앙마이 이야기는 여행 보단 나 자신에게 초점을 맞춘 글이다 보니 더욱 그랬다. 문득 글을 쓰다보니, 여행 후에 뭔가가 이렇게 작게나마 달라진 건 처음이지 않나싶다. 이게 또 여행의 새로운 묘미이구나!  다음 여행은 7월, 베트남, 무려 2주다!! 그 후에야 이 매거진의 글이 업데이트될까나- 치앙마이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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