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나지 않아 거짓말을 하게 되다.
지난 해 한 유명한 소설가는 갑자기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아무리 기억을 뒤져봐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도 내 기억을 이제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라는 것이 그녀의 유일한 대답.
언론은 떠들어댔다. 유체이탈 화법이다, 약자 코스프레를 한다며.
그건, 사실 이렇다 저렇다 판단하기는 다소 어려운 상황이 아닐까. 그녀만이 진실을 알 뿐. 하지만 그녀의 상황을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망각이라는 인간의 습성을 역이용하는 무리도 보이긴 한다. 망언을 일삼아놓고는 술을 먹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너무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증거 있느냐. 라는 뻔뻔함으로 응수하는 무리들.
최근 한 공직자는 (우리가 이미 뉴스를 통해 잘 알고 있는) 실언이라고 방어를 했지만, 함께 자리에 있었던 기자들이 기록으로 남기고 배포하는 바람에 빼도 박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기억이 안 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그 정황이 너무나 정확하고 분명했기에 그는 더 이상 숨을 구석이 없고 결국 파면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언행은 또 우리들 기억에서 잊혀져가다가 머지 않아 어디선가 다시 다른 직책을 달고 아무런 일 없듯이 복귀할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사실 무언가를 잊는다는 건 의식적으로 되지 않는 부분이다. 기억을 하려고 애쓰는 것은 의식을 가지고 노력해서 어느 정도 해결이 되는 것과는 전혀 반대의 경우인 것이다.
기록은 그러한 망각을 보완하기 위해 인간이 개발해 온 하나의 기술이다. 그것은 글이 되었든 그림이 되었든, 사진이 되었든, 이제는 너무도 다양한 기술들이 기록을 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충분할 만큼 발전해왔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가 여태 읽어왔던 모든 책이나, 모든 음악이나, 입 밖으로 내왔던 모든 말들을 담아내기에는 아직도 부족한 단계이거니와, 사실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을지도 모른다.
망각을 하기에 어쩔 수 없는 '의도되지 않은 거짓말'은 사실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부분이다.
형과 나는 술을 마시고 사실은 서로에게 한 말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건 들었던 사람만이 기억하고 있었다. 이런 일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아버지는 어쩌면 몇 년이 지나 조금씩 나의 유년시절과 그 동안 자라온 시간들의 기억 중 일부가 조금씩 사라질지도 모른다. 나도 그 길을 고스란히 따라 걸을지도.
훗날 기억이 지워진 상태에서 내게 누군가가 그때의 기억에 대해 묻는다면 대답을 해야하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밖에 대답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 하루가 지나고 일 년이 지나면 내 거짓말은 점점 더 늘어나겠지.
기록은 어쩌면 그런 거짓말을 덜 하는 데에 조금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으나, 그 경험과 정보의 양은 기록으로 절대 담아낼 수 없는 정도일테니, 나이가 들어가며 살아가는데 있어 우리의 거짓말은 필연적이 될 것이다.
하루마다, 더 거짓말쟁이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깊은 마음만은 우직히 진리와 진실을 갈구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