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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라이프 4 - 굴러가는 월든 프로젝트

내가 가는 곳은 길이 되고, 멈추는 곳은 집이 된다

by 히피 지망생

6개월 전, 극단적(?) 미니멀리스트로 살아볼 기회를 얻었다.

(얼떨결에 TV, 냉장고, 세탁기 없이 살게 된 사연은, https://brunch.co.kr/@hanvit1102/49 에...)


지금은 계약 기간이 끝나 TV, 세탁기, 냉장고가 갖춰진 풀옵션 원룸으로 이사했다. 이것만으로도 어찌나 감사하던지... (단, TV는 확실히 없는 게 낫다)

감사하는 마음은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지 않을 때' 삶에 배어 나오기 마련이다.


흔한 기회는 아니었기에 미니멀리스트로 살며 느낀 점들을 그때그때 기록하기로 했다. 이 기록들은 현재 비밀리에 추진 중인 ‘움직이는 월든 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을 점쳐보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여기서 잠깐! ‘움직이는 월든 프로젝트’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명작 ‘월든’에서 영감을 받아 나도 소로처럼, 자연 속에서, 단순하고 여유롭게, 살아보고 싶은 바람에서 시작된 프로젝트. 그렇다고 가족과 직장이 있는데 소로처럼 오두막을 지어 살 수는 없고...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그래, 21세기형 움직이는 월든(캠핑카)에서 살아보자! 이게 시작이었다.

그 유명한 소로의 집 in 월든 호수


언제? 나도 모른다. 내년에 집을 구해야 할 일이 생기면 시도해보고자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럴 돈은 있냐고? 없다. 당분간 은행 소유다. 집을 구하면 원룸을 구한다 해도 집세와 관리비, 전기요금, 가스비 등을 합치면 못해도 1년에 5백 이상은 들어갈 텐데, 캠핑카를 사기 위한 대출이자는 그보다 훨씬 싸다는 경제논리가 아내를 설득하기 위한 나의 최대 무기다. (감가상각은 생각하지 않기로. 평생 쓸 거니까. 가끔 착한 자기 합리화(?)는 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아내를 설득하는 데 성공하면 나 자신을 설득하는 일이 남는다. 이건 어렵지 않다.


하고 싶으면 하는 거다. 난 하고 싶은 거 실컷 하면서 살다가 떠날 때 후회 없이 떠나라고 이 세상에 태어났다. 이것이 내가 세상에 우연히 흩뿌려진 이유에 대해 내린 잠정적 결론이다.


우리는 왜 각자 취향이 다르고, 좋아하는 게 다르고, 하고 싶은 게 제각기 다른 걸까? 그게 바로 나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각자의 개별성과 고유성을 만드는 바로 그것. 우리나라처럼 집단주의가 강한 나라에서는 알아채기 힘든 그것. 나와 타인을 구분해주는 가장 확실한 그것. 이걸 알면 남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 이걸 알아야 나답게 살 수 있다. 이보다 행복으로 가는 쉬운 지름길, 나는 아직 찾지 못했다.


아직도 '제가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는 분들께는 말씀드리고 싶다.


It's not your fault. (니 잘못이 아니야)

- 영화 [굿 윌 헌팅] 중


나는 어떤 사람인지 질문을 던져보기도 전에 5지 선다에서 답 빨리 찾는 방법만 가르치는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 안에서 언제 한번 '난 뭘 할 때 행복한 사람인가?' 질문해 볼 겨를이나 있었나?


지금 당장, 스스로에게 질문하시라. 넌 뭐할 때 행복해?

'그래도 모르겠어요'라고 답할 확률, 최소 51퍼센트. 나도 그랬으니까.

그러면 나는 이렇게 답할 수밖에.

일단 다 해보세요. 그러다 보면 얻어걸리는 게 있어요. 제가 그랬거든요.


이야기가 잠시 샛길로 샜다. 갑자기 감사드리고 싶은 분이 둘 있다.

지금껏 살고픈 대로 살아도 단 한 번도 태클 걸지 않으신 부모님께 감사를. 선택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쉽게 해주는 멋진 명대사를 남긴 버트 먼로에게도 꾸벅.

(버트 먼로가 누구인지 궁금하다면 영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을 보시길. 내가 아는 가장 멋진 할배다.)



가야 할 때 가지 않으면, 가려할 때 가지 못한다.

- 영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 중


참 멋진 할배, 버트 먼로(1899-1967)




운명의 장난인지 요즘 눈독 들이는 캠핑카 회사 이름이 ‘월든 캠핑카’다. 이것은 신의 계시인가, 하며 난 오늘도 노을 지는 해 질 녘, 캠핑카 정박지를 찾아다닌다. 가까운 미래(?) 이 곳들이 내 집이 될 것이다.


캠핑카 정박지 후보 1순위에서 바라본 풍경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미니멀 라이프의 불편함을 불편함으로 느끼지 않을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하여 ‘캠핑카 하나에 모든 짐이 들어가는 삶’에 나를 맞추고자 부단히 노력 중이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이 바로 ‘생활필수품 없이 살아보기’다. 생활필수품 없이 살아도 불편하지 않다면 지금 당장 캠핑카에서 살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뜻이니까.


캠핑카 이름은 ‘단순함의 너른 빈터’ (조지 오웰의 글에서 따왔다),

캠핑카의 캐치프레이즈는 ‘내가 가는 길은 길이 되고 멈추는 곳은 집이 된다’

벌써부터 김칫국 드링킹 한 사발 원샷^^;;;


서론이 길어졌다. 본론(생활필수품 없이 살며 느낀 점)은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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