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남편
용용이가 내 글을 읽고 있다. 월간 카페에 글을 올리기 전에 내 블로그에 먼저 작성해 놓는데 용용이가 공감 버튼을 눌러준다. 보고 있나?
우리는 각자의 거래처 직원으로 만났다. 그러다 썸 타고 사귀다가 빠르게 결혼을 결심했다. 결혼식을 올리기까지 일 년 안 되는 짧은 연애 기간 동안 우린 대차게 싸웠다. 싸웠다기보다 나의 지랄이 맞는 말이겠지만 좋은 게 좋은 거니 싸웠다고 표현하자. 대화중 예전 추억을 되새기다 “우리 예전에 여기서 싸웠지.”, “그날 기억나? 아… 그날도 싸웠지.” 항상 대화의 끝은 이런 식이다. 신혼여행 가서도 예민의 최고봉을 찍은 나는 그 좋은 곳에서 대차게 용용이를 잡았더랬다. 뭐가 그렇게 맘에 안 들고 불만이었는지 투덜대고 짜증 내는 나를 받아주던 용용이(나보다 3살 많음)
15년도에 결혼한 뒤 바로 마늘이를 갖고 살 부대끼며 8년을 살다 보니 어느 정도 성격이 맞춰진다. 사실 용용이는 애초에 내 성격에 맞추며 살고 있었는데 내가 정신을 차렸다는 게 맞는 말 같다. 언젠가 내가 남편에게 당신은 나에게 불만이 없냐고 물은 적이 있다. 있으면 너도 말하라고. 그랬더니 용용이왈. 고칠게 뭐 있어. 그게 원래 넌데. 받아들이고 사는 거지. 하. 촤. 이 사람. 나보다 그릇이 크다.
그 정신을 받들어 나도 남편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가 싫은 부분을 고치려는 마음을 접었다. 사실 다는 못 접고 일부분은 남겨놨지만… 그 뒤로는 분쟁거리가 사라졌다. 놀랍게도. 내가 전쟁의 씨앗이었던 것이다.
남편 칭찬하는 김에 더 하자면 용용이는 나를 항상 응원해 준다. 김진희 잘하잖아. 할 수 있어. 해봐. 남편의 지지에 출산 후 떨어져 있던 자존감을 주섬주섬 주워 공방을 열 수 있었고. 일하고 들어와서 본인도 힘들었을 텐데 나에게 먼저 오늘 하루 아이 돌보느라 고생했다고 말해준다. 이 어찌 그릇이 크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 귀염둥 용용이. 마늘이 판박이. 스릉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