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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다 Aug 27. 2024

채식 만두

 지난 주말에 민스니네 가족이 집에 놀러 왔다. 우리는 반갑게 그들에게 우리의 새 보금자리를 소개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가족끼리의 만남이 종종 있었던지라 아이들의 짧은 낯가림의 시간을 보낸 뒤 곧바로 편안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며 깨달은 것은 우리가 오랜만에 만난 것 같았지만 사실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지난 겨울방학 나와 마늘이는 5일간 민스니네서 편안한 시간을 보냈으며 4월에는 경주에서 벚꽃 마라톤에 참가하는 나와 민스니를 위해 온 가족이 모여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6월에는 마늘이네 친구들 가족과의 단체 여행으로 울산을 방문했을 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창원에 들러 민스니와 민스니미니미를 만나 식사를 같이했었다. 게다가 민스니와 나는 9월 초에 있을 기후 위기 행진에 동행할 예정이다. 각각 용인과 창원이라는 꽤 먼 거리에 살고 있는 우리지만 역시 물리적 거리는 핑계에 불과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민스니는 대학 동기이다. 학문을 탐구하며 만났다. 전공생활 중에 겪은 그녀와 나만 가지고 있는 분명한 추억도 있다. 당시에는 눈물날 정도로 힘들었지만 지금은 웃으며 그 날을 그리워 할 수 있는 추억이다. 내가 지난 글에 민스니를 등장시켰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어딘가에는 그녀가 등장했을 것이다. 우리는 격동의 20대를 함께 지내오며 서로의 민낯을 알고 있고 같이 눈물을 흘렸으며 서로의 성장을 지켜봐왔다. 이제는 각자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낳아 키우며 때로는 동지가 되고 어떤 때는 서로의 선생님이, 조언가가, 지지자가 되기도 한다. 민스니가 먼저 결혼을 했고 먼저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그녀는 나에게 가르침을 주는 몇몇의 주변 지인들 중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내가 겪을 변화를 먼저 경험한 결혼과 육아의 선배로 실전에 맞는 다양한 가르침을 준다. 실질적인 도움도 있지만 정신적 성장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나에게 커다란 변화를 주었고 세상을 넓게 바라보게 해준다.


 현재는 채식이 그렇다. 나보다 훨씬 이전부터 채식 지향의 식사를 실천하고 있는 민스니가 왔으니 채식 만두를 빚기로 했다. 나머지 사람들을 위한 고기만두도. 만두는 용용이가 좋아하는 음식들 중 하나로 우리 집의 냉동고에 365일 중에 365일간 존재하는 요리 재료이다. 마침 민스니의 남편인 ㅎㅊ님도 만두를 좋아한다고 하니 만두를 빚기로 했다. 하지만 나는 직접 만두 군단을 이끌어 본 적이 없다. 용용이도 마찬가지고. 우리는 병사의 입장으로 만두를 빚거나 먹을 뿐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든든한 레시피와 정보들이 있으니 겁내지 않고 전진해 보기로 했다.


 결과는 낫베드. 처음 빚는 만두에 대한 기대가 적어서 그런지 실망보다는 만족이 컸다. 허허허. 일단 좋은 사람들과 보낸 시간이 즐거웠다. 민스니네 부부가 직접 만들었다는 맥주는 맛과 향이 풍부했고 엔씨는 지고 삼성은 이겼으며 용용이는 손님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려 애썼고 나는 모든게 행복했다. 그리고 오늘 민스니로부터 연락이 왔다. 함께 빚은 만두와 집에 있던 옥수수를 챙겨줬었는데 현재 만두는 거의 다 먹었고 옥수수도 반을 먹었다며 주기적으로 만두 빚는 모임을 하고 싶다고. 그녀도 만두 원정대가 만족스러웠다 보다. 쏘 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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