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반찬을 꼽으라면 단연코 가지볶음을 선택할 것이다.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는 가지이지만 나에게는 극호호아줌마의 재료이다. 가지에 기름이 더해지면 맛이 곱절로 좋아진다. 가지 튀김... 말해 뭐해. 양 꼬치 가게에서 파는 가지 튀김이 그렇게 맛있다던데 내 인생에 양 꼬치 집을 가본 역사가 없어서 먹어보질 못했다. 중화요리집에서도 가지 튀김 메뉴는 탕수육에 밀려 도통 시켜보질 못해서 제대로 된 가지 튀김 요리를 먹어볼 날이 올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가지 튀김엔 다진 고기가 들어가니 채식 지향 식사를 하고 있는 요즘은 먹을 수 없는 요리가 되겠다. 가끔 시어머니께서 가지만 튀긴 냉동식품을 주시는데 에어프라이어에 돌려먹으면 바삭하고 촉촉한 기똥찬 반찬이 된다. 하지만 어찌 됐건 튀긴 요리는 건강에 좋지 못하다. 맛과 건강을 바꿀 수는 없으니 가끔만 즐기도록 해야겠지.
어제는 반찬을 만들었다. 지난달 문제의 감자가 아직도 남아 이제는 말랑거리기 시작하여 몽땅 껍질을 벗겨 반은 삶아 감자 샐러드를 만들고 반은 감자채 볶음을 했다. 그리고 아침에 이웃 언니에게 받은 가지 4개가 있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지볶음도 했다. 가지볶음도 감자채 볶음도 아주 간단한 요리이다. 감자채는 썰어 미리 물에 담가 전분을 빼주면 볶으며 감자가 부서지지 않는다. 그리고 썰 때 일정한 두께로 썰면 익히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기름을 넉넉히 두른 뒤 감자를 넣고 볶다가 양파를 취향껏 넣고 또 볶는다. 마지막에 소금 간만 하면 끝나는 아주 간단한 반찬이다. 가지볶음도 쉽다. 나는 가지를 두껍게 썰고 너무 푹 익히지 않는 조리법을 선호한다. 그러면 가지의 식감과 채즙이 살아 있어서 씹는 재미가 있다. 물컹거리는 식감 때문에 가지를 먹지 않는다면 이 방법을 써보는 것을 추천한다. 어슷썰기로 1cm 정도로 두껍게 썰고 너무 푹 익히지 않을 것. 가지는 기름을 많이 먹는다. 처음에 기름을 넉넉히 부어 준 뒤 약불로 파 기름을 낸다. 파 기름은 약불로 해야 향이 더 좋단다. 파 기름에 가지를 넣고 기름을 입혀준다. 그리고 양파를 넣는다. 반 정도 익으면 야채들을 한곳으로 몰아 팬에 자리를 만든 뒤 적당량의 간장을 부어 간장을 볶아준다. 그 뒤에 야채들과 섞어 간이 배게끔 한다. 어디선가 본 요리법이다. 간장을 불에 먼저 볶는 것. 그리고 나는 참치 액젓을 한 스푼 넣어 감칠맛을 더해주는데 이건 동네 언니의 킥이다. 그럼 간을 덜 할 수 있다. 어쩌다가 요리법을 적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토록 간단한 요리이다.
가지는 볶는 것 말고도 냉국으로 먹어도 맛있다. 가지냉국! 가지를 크게 썰어 찜기에 찐 뒤 양념을 해서 무친 다음 냉면 육수를 부어 만드는 요리인데 엄마가 여름마다 해주던 요리이다. 아, 너무 먹고 싶다. 가지냉국. 나는 오이냉국보다 가지 냉국을 더 좋아한다. 찐 가지의 매력. 다들 알랑가 몰라. 지난주 민스니가 왔을 때 '생의 마지막에 한 가지의 음식만 먹어야 한다면'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했었는데 나는 엄마가 해준 청국장과 꽈리고추 반찬을 이야기했었다. 여기에 한 가지를 추가해야겠다. 얼음 동동 띄운 가지 냉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