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함께 거주 중인 신씨 두 분은 면 요리를 참 좋아하신다. 용용이는 죽기 전에 먹을 한 가지 음식으로 라면을 꼽을 정도고(나는 엄마가 해준 청국장과 꽈리고추) 마늘이는 잔치국수, 짜장면, 쌀국수, 우동, 파스타 등 나라를 가리지 않고 면 요리는 다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밀가루와 맞지 않는 금음 체질을 가진 사람으로 면 요리를 먹으면 배가 더부룩하고 방귀대장 뿡뿡이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피하고 싶은 음식이다. 하지만 내 부푼 배를 부여잡고도 여름이면 먹어야 하는 음식이 있으니 바로 콩국수이다.
걸쭉하고 부드럽고 구수한 콩국수는 대체로 여름에 먹을 수 있다. 더운 여름이 되면 입맛이 떨어지는데 그럴 때 시원하고 든든한 콩국수 한 그릇 때려주면 7첩 반상이 부럽지 않은 식사가 된다. 하지만 아무 식당에서 콩국수를 먹었다가 되려 내 혀에 불쾌감을 줄 수 있으니 웬만하면 국내산 콩을 직접 갈아 만드는 식당을 찾아가서 먹도록 해야 한다. 올해 나는 두 군데의 콩국수 맛집을 찾아냈다. 한 곳은 에버랜드 근처의 손두부집이고 또 한 곳은 기흥의 유명한 콩국수 맛집이다. 이 맛집은 크리미한 콩국수를 파는데 워낙 유명해서 오픈 전부터 줄이 길어 먹기 전 대기를 오래 해야 한다. 나는 한 번의 경험으로 충분했다. 왜냐면 크리미한 콩국수가 취향이라면 예전에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먹었던 콩물도 꽤 맛이 좋았기에 30분이 넘는 대기 줄에 서있고 싶지 않다. 물론 택배를 받아야 하지만 다 가질 수는 없으니까... 에버랜드 근처 손두부 집의 콩국수는 평타 이상의 맛이었다. 손두부 집이기에 당연하겠지만 어쨌거나 집에서 가깝고 꽤 진한 콩물의 맛에 이번 여름에 3번 방문해서 맛있게 먹었다.
면 요리는 좋아하지만 콩국수는 안 먹는 신씨들이기에 콩국수만 파는 전문점을 갈 수가 없어서 난 한살림에서 판매 중인 콩 국물을 종종 사 먹는다. 오늘은 민스니가 본인의 점심 사진을 보내줬는데 무화과, 고구마, 아몬드, 오이, 바나나를 썰어 담고 거기에 콩 국물을 부어 먹는 거였는데 마침 한살림 장을 보러 나가던 참이라 나도 콩 국물을 샀다. 콩 국물은 소비기한이 짧아 여러 개 사두면 금방 상해버려 딱 먹을 한 팩만 사 오게 된다. 오늘은 유통기한이 임박한 콩 국물이 많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그중에 제일 앞에 있던 30% 할인 딱지가 붙은 걸 집어 왔다. 오늘 저녁에 바로 먹을 거기 때문에 얼마 남지 않아도 괜찮다. 그리고 이렇게 아무도 사지 않을 제품을 내가 집어오면 오타니가 쓰레기를 줍는 것처럼 나도 다른 사람이 버리는 운을 주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후후후 오늘 저녁엔 복숭아와 오이, 견과류를 넣은 콩국을 먹을 것이다. 갑자기 선선해진 날씨에 이게 올해 마지막 콩국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