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에는 남편의 본가도 나의 본가도 가지 않았다. 양가 부모님을 우리 집으로 초대했다. 요리를 주로 담당하시는 두 어머님께서는 추석 전날까지도 일을 하시기 때문에 자식들이 집에 찾아가면 힘든 몸을 이끌고 요리를 하셔야 한다. 때문에 우리 집으로 오시라 했다. 이번 추석은 앞으로 길었기 때문에 주말부터 추석 연휴까지 다 쉬는 우리가 여유롭게 음식을 만들어 대접해 드리기로 했다.
시부모님께서는 추석 연휴 첫째 날 밤에 오셔서 간단한 저녁을 차려드리고 우리 집에서 주무셨고 나의 부모님은 추석 당일 점심때맞춰서 오셨다. 오랜만에 만나는 양가 부모님들은 서로를 참 반가워하셨고 우리가 없는 솜씨로 차린 밥상을 만족스럽게 드셨다.
나는 전을 부쳤고 남편은 갈비찜과 새우 탕, 부추무침, 샐러드, 도토리묵을 준비했다. 남편의 요리 가짓수 때문에 더 많은 요리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전도 상당한 품이 들어갔다. 사실 용용이는 수육과 오징어볶음 요리도 하려고 재료를 준비했었는데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추석 전 주말에 어머님께서 다양한 반찬을 미리 해주셨고(너희가 무슨 요리를 하냐며...) 엄마가 우리 집에 오며 간장게장과 아귀찜을 왕창 포장해왔기 때문이다. 두 어머님께서 준비해 주신 음식에 우리는 장소 제공과 밥상만 차려드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집에서 먹는 식사의 가장 큰 장점은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외식은 주로 육식 메뉴이고 명절 요리의 메인 요리들인 갈비찜, 잡채, 탕국 등은 고기가 들어가기 때문에 나를 위한 채식 반찬들을 만들 수가 있다. 어머님들도 다행히 야채로 만든 음식을 좋아하시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음식 구성을 할 수 있었다. 아버님들이야 그저 술안주만 된다면 상관없고 말이다. 이래저래 모두 만족스러운 추석 밥상이었다.
자고로 추석 연휴를 보내면 최소 3킬로는 쪄야 도리이다. 명절 전 떠도는 '적정량의 1인분'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빠른 포기와 함께 곧바로 체중 증량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명절 연휴가 지나고 올라간 체중계 위에서 지난날 나의 먹부림의 과오를 떠올리면 끝이다. 행복했던 과거를 자책하지 말자. 어차피 모두가 찐다. 나의 아파트 가격이 올라도 다른 곳도 같이 오르기 때문에 무의미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기름진 요리에 비대해진 내 몸은 그저 말도 살찌는 가을 때문이라고 탓하면 된다. 비록 이번 추석은 폭염이었지만 말이다.
나는 채식 지향의 식사를 하는 사람으로 명절 동안 최소한의 고기 섭취를 하려 했지만 남편이 만든 달짝지근한 LA 갈비구이를 맛보지 않을 수는 없었다. 나는 원체 갈비찜을 좋아하고 갈비찜에 졸여진 당근은 더 좋아한다. 사실 명절은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요리가 많다. 다양한 전 요리, 나물 반찬, 두부구이 같은 반찬들이 다양하게 상에 올려져 있다. 게다가 이번엔 어머님이 해주신 나물 반찬과 엄마가 가져온 아귀찜 덕분에 나는 꽤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굳이 고기가 들어가지 않더라도 즐길 수 있는 한식은 많기에 많은 사람들이 고기 요리로부터 눈을 돌리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