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급체와 감기가 손을 잡고 나에게 왔다. 사실 감기가 먼저 찾아왔는데 미약하게 존재감을 나타냈던 감기 몸살을 슬쩍 무시하고 무리하게 술자리를 강행했더니 급체까지 찾아온 것이다. 그날 집에 귀가한 뒤 먹었던 안주들을 다시 만났을 때는 오랜만에 괴로웠더랬다. 채식을 지향하는 나는 보통 때 과하게 기름지지 않고 소화가 잘 되는 속 편한 음식들을 먹는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모인 술자리에서는 나의 본분을 잊고 차려진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기에 그날의 급체는 이미 예정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보통의 술집 안주라 하면 육류를 튀기거나 볶거나 찐 음식들이다. 그렇지 않은 메뉴를 찾으라 하면 분명히 있겠지만 나 혼자만의 안주를 추가로 시키기에는 오히려 안주가 과해져 그냥 따르고 먹는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먹는다고 나를 합리화하며 오랜만의 육고기를 맛본다. 그날이 그랬다. 어쩔 수 없다며 치킨에 소맥을 들이부었다. 몸살 기운으로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나와 기름지고 차가운 음식을 몸에 한 번에 넣었으니 과부하가 걸렸다. 위아래로 쏟아낸 뒤 눕지도 못하고 소파에 기대어 쪽잠을 잤다. 그리고 월요일에 바로 병원에 가서 감기와 급체로 인한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았다.
나는 금음 체질로 양약을 멀리하라 했다. 실제로 난 양약을 먹으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일단 변비가 온다. (계속 더러운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불편한 속 때문에 먹는 것도 없으니 나오는 게 없어서 1일 1똥의 아이콘인 내가 볼일을 시원하게 보지 못하게 되었다. 이건 일상을 굉장히 어그러뜨리는 일이다. 나의 루틴이 시작부터 삐끗하는 일이고 하루가 굉장히 찜찜해진다.
그래서 저번 글에 적었던 고구마를 찌기 시작했다. 원래 집에서는 100% 현미밥을 해서 먹었는데 현미가 소화에 안 좋다는 걸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다. 작은 양을 꼭꼭 씹어 먹어도 바로 얹혔다. 그래서 어머님이 주신 고구마를 잔뜩 쪄서 밥 대신 먹었다. 잘 익은 김치와 먹으니 나름 맛있었다. 두 끼 정도는 아주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문제는 금방 질려버렸다는 것이다. 게다가 처방받은 약을 다 먹었고 고구마와 김치의 도움으로 원래의 내 루틴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고구마를 다시 멀리해도 되지만 냉장고에는 아직 찐 고구마가 남았다. 내일 아침도 고구마를 먹어야 한다. 핫핫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