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다 Oct 15. 2024

나와의 싸움

 한국에서 채식인으로 살아가기는 가혹한 것이 사실이다. 사람들의 의아한 시선은 차치하더라도 메뉴 선택에 있어서 곤란함을 매번 느끼기 때문이다. 한식은 채식을 하기에 비교적 다양한 레시피가 있다 하더라도 그건 나 혼자 밥 먹을 때 이야기이다. 

 나 혼자 식사를 해결하려면 얼마든 채식 지향의 식사를 할 수 있다. 플렉시테리언인 나는 백반집에서 오징어 덮밥을 먹어도 되고 돌솥비빔밥을 먹어도 된다. 본 죽에 가면 먹을 거 천지이고 생선구이나 추어탕을 먹어도 된다. 이렇게 다양한 한식인데도 사람들과 식사를 같이 하다 보면 위기에 봉착한다. 다른 나라는 식당마다 비건을 위한 메뉴가 꼭 있다고 하던데 우리나라는 일단 외식을 한다고 하면 고기를 먹기 때문에 대부분의 식당은 고기를 파는 곳이다. 물론 메뉴판을 뒤지고 또 뒤져서 내가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있기도 하지만 나도 고기 맛을 아는 욕구에 충실한 인간인지라 내 앞에서 치킨을 뜯고 있거나 돈가스를 칼로 썰어 바삭바삭 소리를 내며 먹고 있노라면 인내심의 한계가 오기 마련이다. 

 맞다. 결국 내 인내심의 문제이다. 저건 내 신념에 어긋나는 식재료이다. 나는 먹어서는 안 된다. 계속 머리에 되뇌지만 호르몬 분비에 따라 격렬하게 먹고 싶어지는 때가 온다. 그럼 그냥 굴복한다. 뭐 이렇게 쉽게 굴복해라고 나에게 쓴소리를 해도 어쩔 수가 없다. 그럴 땐 한 명의 완벽한 비건보다 열 명의 불완전한 채식지향인이 낫다는 말을 떠올린다. 난 어차피 불완전해. 

 채식이라는 실천을 가늘고 길게 가져가기로 결심한 건 몇 해전 일이고 채식 일기를 쓰기 시작한 건 어느덧 4달로 접어들었다. 아직도 여전히 내 안에서는 식사때마다 갈등이 일어난다. 그럴 때 드는 생각은 '채식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나도 외롭지 않겠지? 내 가까운 주변에 동료들이 있다면 서로 좋은 에너지를 공유할 수 있을 것 같다. 혼자라 유지하기 힘들다. ' 결국 나는 혼자의 싸움에 점점 지쳐가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은 지금 식생활을 꾸준히 유지할 거다. 힘내좌아아!

이전 16화 양약 싫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