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채식인으로 살아가기는 가혹한 것이 사실이다. 사람들의 의아한 시선은 차치하더라도 메뉴 선택에 있어서 곤란함을 매번 느끼기 때문이다. 한식은 채식을 하기에 비교적 다양한 레시피가 있다 하더라도 그건 나 혼자 밥 먹을 때 이야기이다.
나 혼자 식사를 해결하려면 얼마든 채식 지향의 식사를 할 수 있다. 플렉시테리언인 나는 백반집에서 오징어 덮밥을 먹어도 되고 돌솥비빔밥을 먹어도 된다. 본 죽에 가면 먹을 거 천지이고 생선구이나 추어탕을 먹어도 된다. 이렇게 다양한 한식인데도 사람들과 식사를 같이 하다 보면 위기에 봉착한다. 다른 나라는 식당마다 비건을 위한 메뉴가 꼭 있다고 하던데 우리나라는 일단 외식을 한다고 하면 고기를 먹기 때문에 대부분의 식당은 고기를 파는 곳이다. 물론 메뉴판을 뒤지고 또 뒤져서 내가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있기도 하지만 나도 고기 맛을 아는 욕구에 충실한 인간인지라 내 앞에서 치킨을 뜯고 있거나 돈가스를 칼로 썰어 바삭바삭 소리를 내며 먹고 있노라면 인내심의 한계가 오기 마련이다.
맞다. 결국 내 인내심의 문제이다. 저건 내 신념에 어긋나는 식재료이다. 나는 먹어서는 안 된다. 계속 머리에 되뇌지만 호르몬 분비에 따라 격렬하게 먹고 싶어지는 때가 온다. 그럼 그냥 굴복한다. 뭐 이렇게 쉽게 굴복해라고 나에게 쓴소리를 해도 어쩔 수가 없다. 그럴 땐 한 명의 완벽한 비건보다 열 명의 불완전한 채식지향인이 낫다는 말을 떠올린다. 난 어차피 불완전해.
채식이라는 실천을 가늘고 길게 가져가기로 결심한 건 몇 해전 일이고 채식 일기를 쓰기 시작한 건 어느덧 4달로 접어들었다. 아직도 여전히 내 안에서는 식사때마다 갈등이 일어난다. 그럴 때 드는 생각은 '채식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나도 외롭지 않겠지? 내 가까운 주변에 동료들이 있다면 서로 좋은 에너지를 공유할 수 있을 것 같다. 혼자라 유지하기 힘들다. ' 결국 나는 혼자의 싸움에 점점 지쳐가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은 지금 식생활을 꾸준히 유지할 거다. 힘내좌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