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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다 Aug 20. 2024

두번째 채식 소모임 대면의 날

 채식 한 끼


 6월부터 시작된 채식 모임은 나를 위해 만들었다. 혼자 하면 외롭고 고된 일상을 함께하는 사람이 생기면 힘차게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빈칸놀이터에서 모집을 시작하였고 5명의 인원으로 두 달째 이어나가고 있다. 어제는 두 번째 대면 모임 날이었고 일정이 있는 두 분을 제외하고 세 명이서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달에 나는 “비건 브런치”, “지구를 위해 모두가 채식을 할 순 없지만”, “비건한 미식가” 세 권의 책과 채식 생활을 함께했다. 비루한 요리 실력을 가진 나는 채식을 맛있게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좋은 레시피가 필요해 알맞은 요리책을 항상 곁에 두곤 했는데 이번에 고른 브런치 책은 익숙지 않은 서양 요리 재료가 필요해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나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그라파나.. 치즈나 렌틸콩, 바질 등의 재료는 우리 집 주방에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채식을 실천하는 이유는 명확히 탄소 절감이라 말할 수 있다. 탄소 절감을 위한 가장 효과적 방법이 채식이기에 이어나가고 있는데 브런치를 만들기 위해 잘 쓰지 않는 외국산 재료를 구매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고 그리하여 비건 브런치 책은 아쉽게도 눈요기로 만족하기로 했다.


 “비건한 미식가”는 저번 글에서 말했듯 읽다가 중도 포기했다. 1/3 정도 읽었는데 다음 달에 다시 읽어보려 한다. 초식마녀는 채식 분야의 유명인이니 시간을 내서 다시 읽어봐야겠다. 나의 무거운 마음 때문에 안 읽고 넘어가기엔 아쉬움이 크다.


 “지구를 위해 모두가 채식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은 일러스트 위주의 책으로 감각적인 그림들이 주로 나오기 때문에 가볍게 읽을 제로 웨이스트 책인듯하다. 나도 마늘이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채식 모임을 시작하고 어느 때보다 관련 서적을 많이 접했다. 하지만 겁쟁이인 나는 무거운 진실이 담긴 책은 잡지도 않았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 웹툰 형식, 레시피 북. 하지만 이제 이마저도 환기가 필요하게 되었다. 아는 게 많아질수록 내 시선 끝에 닿은 현실은 나를 불편하게 하고 큰 책임감을 갖게 만들며 나에게 생긴 빈틈 하나에 스스로를 자책하게 된다.


 모임 멤버인 지호 님의 글 중 한 구절을 소개하고 싶다.



매 한 끼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셨으면 해요.

대신, 왜 이것을 실천하는가에 대한 주관을 좀 더 선명하게 가지고 의식적으로 행동한다면 채식 한 끼를 지속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훨씬 덜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나도 채식의 초심으로 돌아가 지구와 나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진실은 변하지 않고 스스로를 괴롭혀봤자 나에겐 이득이 없다. 무겁지 않게 긍정적으로 오래 달려나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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