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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줌마가 사는 법.

Chapter 2. 대혼돈의 카오스, 나의 출산 육아기(7)

by 온다정 샤프펜

결혼을 해도 아이가 없으면 외모나 생각이 미혼 여성과 별 차이가 없다.

아이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여자는 외모와 건강과 정신이 망가지기 시작한다.

아이가 생기면 옷차림부터 달라지는데, 그래도 아이가 하나면 면 티에 청바지가 기본 베이스이긴 하지만 가끔 예쁜 원피스나 플랫슈즈 정도는 신을 정신이 있다.

미용실은 자주 못 가도 긴 머리를 고수하며 늘어트리거나 긴 머리 웨이브로 멋을 내기도 한다.

화장은 풀메는 못해도 최소한 자연인의 얼굴로는 돌아다니지 않는다. 그러다가 자신의 노력에 따라 아이가 크면 클수록 점점 미모가 업그레이드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나처럼 둘째를 키우는 엄마들은 첫째로 인해 살짝 내려갔던 외모가 둘째가 생기면서 완전 수직 하강하게 된다.

일단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원피스를 입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급히 쭈그리고 앉을 일이 엄청 많기에 민망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그리고 첫째 때 불은 몸이 둘째를 낳으면서 정착된다. 몸에 맞는 원피스가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치마를 좋아했던 나도 90% 청바지와 티셔츠 또는 레깅스와 헐렁한 티셔츠 패션을 애용하게 되었다. 그러니 당연히 신발은 운동화 또는 크록스만 깔 별로 여러 개다.

그리고 그때까지 고수해온 치렁치렁한 머리를 싹둑 자른다. 둘 이상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머리모양을 보면 보통 짧은 머리 아니면 단발머리에 파마다. 간편하고자 별생각 없이 싹둑 자른 이 머리가 후일 다시 긴 생머리가 되려면 엄청난 노력과 굳은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리가 없다.

화장은 단계적으로 생략된다. 아이가 하나일 땐 미혼시절 생명처럼 여기던 마스카라와 아이라이너를 생략하고 둘을 낳으면 눈 화장과 볼 터치가 생략된다.

파운데이션도 귀찮아서 비비만 겨우 바르다가 끝내는 선크림에 입술만 바르고 밖을 활보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아가씨 시절에 입술만 시뻘겋게 바르는 아줌마들 욕을 그렇게 했는데. 내가 그렇게 될 줄이야)

지금, 애가 하나 이상에 레깅스 바지(혹은 청바지)와 헐렁한 티셔츠를 즐겨 입고 머리는 짧은 생머리 혹은 파마머리를 하고 신발장에 신을만한 신발이라곤 운동화 밖에 없다면, 또 외출 시 쿠션 바르는 것도 무쟈게 귀찮다면 당신은 '진정한 아줌마 반열'에 오른 것이다.


인간계는 남자, 여자, 아줌마로 구성되어 있다는 우스운 말이 있다. 나도 별로 좋아하는 말은 아니지만, 기왕 아줌마가 되었으니

'제대로 한번 아줌마로서의 삶을 살아보자!'

그리하여 좋은 정보도 얻고 즐거움과 소속감도 느낄 수 있는 아줌마 세계에서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아줌마 친목 모임'의 참여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모임의 종류를 살펴보면 우선 요가, 에어로빅, 수영 등으로 이루어진 운동 친목모임이 있다. 예쁜 몸매를 만들고 건강을 유지하자는 좋은 취지로 모인 이 그룹은 처음엔 모르는 사람들로 이루어지나 수업이 진행되면 자연스럽게 운동 후 점심이나 차를 마시며 친해진다.

또 다른 모임으로는 공부모임이 있다. 주로 영어나 일본어 등을 모여서 공부하는데, 이 모임의 특징은 처음에는 불타오르다가 얼마 가지 않아서 공부보다 친목 모임으로 바뀌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제일 활발하게 유지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엄마 모임이 있다.

주로 아이들과 함께 하는 모임으로 하원 후 놀이터에서 모이거나 아이의 학원이나 문화센터 등을 함께 다니고 아이들이 원에 간 시간에 브런치나 쇼핑 등을 함께 하기도 한다.

특성상 매일 얼굴을 보기 때문에 가장 유용하고 친목이 두터운 모임이기는 하지만 너무 친하게 지낸 나머지 그중 한두 명의 사이가 틀어지거나 모임 자체가 해체되기도 하고 최악의 경우 내가 그 무리에서 튕겨져 나오게 되면 졸지에 애와 함께 동네 외톨이가 될 수도 있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진다.


이 밖에도 뜨개질 모임이나, 미싱 모임, 봉사 모임, 맛집 탐방 모임 등등 관심사가 같은 소수의 아줌마들이 모여 여러 가지 모임들이 만들어진다. 환갑을 훨씬 넘기신 우리 엄마도 참여하는 모임만 여러 개가 되신다고 하니 아줌마들에게 있어서 이 모임들은 인생의 한 페이지 이자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아줌마가 되고 또 그 아줌마가 어떻게 살아가는지...'그냥 한 사람의 여자였을 땐 몰랐을 세계'

결혼 전엔 아줌마가 되기 싫어서 그렇게 발버둥 쳤지만 막상 이 세계에 발을 들이고 나니 꽤 유쾌한 소속감과 동지애를 느끼며 오늘도 열심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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