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대혼돈의 카오스, 나의 출산 육아기(6)
첫째를 출산한 엄마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출산과 육아가 너무 힘들어서 절대 둘째는 낳지 않을 거라고, 나도 그랬었다.
지금 아이 하나로도 죽을 듯이 힘든데. 임신기간 동안의 끝나지 않는 입덧과 극심한 출산의 고통, 출산 후 100일까지의 불면의 고통을 다시 겪고 싶지 않다.
그러나 엄마는 첫째 아이가 돌을 지나 점점 사람다워져 이제 좀 살만하네? 싶을 때 방심하게 된다.
언제 그랬냐는 듯 고통 따위는 다 잊히고 점점 자라나는 사랑스러운 아이를 볼 때마다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나도 그런 단순한 생각으로 둘째를 갖게 되었는데. 둘째의 탄생은 우리 가족에게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끼쳤다.
태어날 때 등에 초정밀 센서를 장착하고 태어난 우리 첫째는 유모차 거부, 카시트 거부, 바운서 거부, 방바닥 거부, 엄마 품 이외에 등에 닿는 모든 걸 거부했었다.
생후 6개월이 될 때까지 우리는 엄마와 아기 캥거루처럼 한 몸이 되어 잘 때도 밥 먹을 때도 화장실 갈 때도 집안일을 할 때도 늘 함께였다.
걷기 시작할 무렵에도 잠시 혼자 놀 만도 한데 엄마가 자기를 두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가 깨어있을 때 개인적인 일을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고, 최소한의 집안일은 아이를 등에 매달고 해야 했다.
첫째가 30개월이 됐을 때 둘째가 태어났는데, 둘째 출산 직전 첫째 때와 같은 헬을 맛볼 것을 대비하여 미리 첫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다.
역시 기대를저버리지 않는 우리 첫 째. 보통 힘든 아이도 일주일이면 적응을 한다던데. 우리 아이는 한 달이 지나도록 매일 아침 어린이집 입구에서 내 가랑이를 붙들고 울며불며 전쟁을 치렀고, 갈수록 핼쑥해져 가는 어린이집 선생님의 얼굴을 볼 낯이 없어서 자의반 타의 반으로 어린이집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리하여 난 첫째가 유치원에 입학할 때까지 1년이 훌쩍 넘는 세월을 갓난쟁이 둘째와 초 예민 첫째를 같이 돌보아야 하는 운명에 놓였다.
예민하고 나약하기로 상위 1프로인 첫째를 키우면서 세상의 대부분의 아가들이 다 그러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하늘이 도왔는지 둘째는 태어날 때부터 첫째와 달랐다.
이른 출산으로 2.44킬로의 가녀린 몸으로 태어난 첫째와 달리 둘째는 첫째보다도 하루 더 빨리 태어난 이른둥이였지만 3킬로를 꽉 채워 태어났다.
태어났을 때 앙상한 팔 다리를 드러내서 볼 때마다 내 눈시울을 적시게 했던 첫째와 달리 둘째는 일반 아기들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포동포동한 몸매와 쭉쭉 뻗은 기럭지를 뽐내어 엄마 아빠의 눈에 환희의 눈물이 흐르게 했다.
덩치가 크니 젖을 빠는 힘도 세서 항상 새로운 모유가 풍족하게 생성되었다. 모유가 부족할까 하는 걱정으로 밤을 지새울 필요가 없었고, 아기가 잘 먹는 만큼 밤에도 잠을 잘 잤다. 심지어 낮에도 방바닥에 눕혀놓으면 장난감 하나 안 줘도 자기 발가락을 장난감 삼아 쪽쪽 빨다 칭얼거림 하나 없이 조용히 혼자 잠들었다.
이유식도 어찌나 주는 대로 잘 먹던지, 밤새 만든 이유식을 맛없다며 다 던져버렸던 첫째를 생각하면 정말 이 아이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인가 싶었다. 조용히 혼자 울지도 않고 있다가 내가 얼굴만 살짝 비춰줘도 방실방실 웃어대는 걸 볼 때면 정말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
어느날은 약속이 있어서 유모차에 태워 외출을 했는데 좀 전까지 깨어있던 아기는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스르륵 잠이 들었고 내가 여유있게 식사를 마치고 커피까지 마시고나니 그제서야 조용히 깨서 혼자 발가락 장난을 하며 놀고 있었다.
이런 둘째를 어느 엄마가 예뻐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데 둘째에게 콩깍지가 씐 엄마는 나뿐이 아니었다.
주변에 곱상하게 잘생긴 아들을 둔 엄마가 있었는데 어찌나 그 아들을 예뻐하던지, 나중에 며느리가 걱정이라는 농담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둘째를 딸을 낳은 그 동생이 내게 하는 말이
'언니, 나 둘째가 너무 예쁘고 첫째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이거 정상인가요? 난 나쁜 엄마인가봐'라며 심각하게 상담을 요청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엄마뿐 아니라 둘째를 키우는 대다수의 엄마들은 둘째의 마법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되는 것이다.
아이 하나보다 둘을 키우는 것이 세 네 배는 더 힘들고 고되지만, 둘째가 주는 행복감은 10배 100배 정도 되니, 둘째를 낳는 것이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둘째를 고민하는 가정이 있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