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가 더 크게 들리던 날

누구나 겪는 순간들에 대하여 #15

by 온담

“차 건널 때 좌우 잘 살피고 건너라.”

“밤늦게 어두운 길은 다니지 마라.”

“여기가 돼지우리야? 방 좀 치워!”

“그게 옷이냐, 왜 맨날 이상한 걸 주워 입고 나가니?”

“어디야? 왜 안 들어와?”

“아침밥 먹고 나가!”

“밤에 도대체 뭐 했길래 아침에 못 일어나고 난리야?”

엄마가 늘 입에 달고 살던 말입니다.

그 시절, 엄마의 목소리는 늘 날 따라다녔습니다.

그때는 귀찮고 잔소리로만 들렸습니다.

“알았어, 알았다니까!” 하며 문을 닫아버린 적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들은 귀에 콕 박혀 오래 남았습니다.

피곤하고 짜증 나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돌이켜보니 그건 나를 향한 보호였다는 걸 알겠습니다.


시간이 흘러 제가 엄마가 되고 나니,

놀랍게도 제 입에서도 똑같은 말이 흘러나옵니다.

“여긴 돼지우리야?”

“그게 옷이야? 제발 좀 이쁘게 입고 다녀.”

그리고 늦게 들어오는 아이에게 전화를 걸며 묻습니다.

“어디야? 왜 아직 안 들어와?”

“차 건널 때 좌우 잘 보고 다니는 거 맞지?”

그제야 알았습니다.

그 잔소리들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었습니다.

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부모는 그 순간을 평생 살아내지 못할 것 같으니까요.

모든 잘못이 내 탓 같을 것 같으니까,

그 두려움 때문에 더 집요하게, 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하게 되는 겁니다.


그 잔소리를 들을 때,

나는 보호받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른이 된 지금,

그 잔소리들이야말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말들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잔소리가 더 크게 들리던 날,

그건 미움이 아니라 걱정이었습니다.


사랑이 있는 한,

아마 앞으로도 잔소리는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