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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세상에
Feb 13. 2024
요즘 남편과의 대화는 어떠신가요?
우리는 주말부부이다. 남편은 금요일에
집에
오기도 하고, 토요일에 오기도 한다. 사장님의 스케줄이 워낙에 유동적이라 언제 오는지 언제 가는지는 당일이 돼서야 안다.
이번주에는 웬일로 목요일 저녁에
남편이 집에 왔다.
마침 나는
다음 주에 있을
중요한
미팅의 자료를 준비해야 했다.
여느 때
같으면
아이를
재우고
나서야
못한
일을 했겠지만,
오늘
만큼은
준비할
자료가
너무
많아
남편찬스를
이용했다.
그러나 늘 엄마와
저녁루틴을
함께
하는
것이
익숙한
아들은
침대로
가기 전
엄마를
애타게
찾았다.
결국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를 재우러 갔다. 이럴 땐 이유 없이 화가 났다.
'아들은 왜 아빠와는 안 자려고 할까?'
'남편은 왜 적극적으로 아들을 재우지 못하는 걸까?'
해야 할 회사 일이 많으니, 괜스레 남편에게 화살이 돌아간다.
엄마의 조급함을 아는지 아들은 '책을 더 읽어 달라', '이야기를 더 해달라' 쉽게 잠을 자지 않았다. 아이들의 육감은 놀랄만치 신기하다. 내가 조급할수록 더욱 보챈다.
결국 아들 옆에 누워 아이가 잠들기를 기다리다 스르르 잠이 들어버렸다.
'겸이엄마 일어나. 일해야 하는 거 많다면서..'
남편이었다.
잠이 든 줄도 모르고 누워 있었던 터다.
일이 많은데 잠이 든 나도 싫었고, 깨운다고 우둑하니 서 있는 남편도 싫었다.
몸을 일으키자마자 노트북 앞으로 가서 폭풍 타자를 쳐댔다.
남편이 슬그머니 물을 한잔 떠다 줬다.
아들과의 저녁루틴을 책임져 주지 못한 남편이
미워져서 얼굴도 안 보고 일에 집중했다.
두어 시간
남은
업무를 마치고
나니 새벽 1시가 넘었다.
남편은 아직 안 자고 있었다. 내가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왠지 잠이 오지 않았다나....
'어멋! 나를 기다려 준거야?'
마음이 스르르 녹으며, 나의 새벽 하소연이 시작되었다.
'우리 사장님은 너무 까다로워.
원하는 자료가 너무 많아
전달하고자 하는 방향이 맨날 바뀌어
더하고 빼고 수정하고, 무한반복이야..'
남편은 가만히 듣고 있다 조용히 이야기했다.
'사장은 원래 그래.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아서 그래.
그런데 혼자서 그 자료를 다 만들 수는 없어. 그래서 직원들이 잘 만들어온 자료를 다듬고 다듬어서 한마디 한마디가 나오는 거야.
그런데 만들어온 자료만 보고서도 그 직원이 얼마나 고민하면서 만들었는지 다 보여.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밤새 자료 만든 직원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그런 사람이 내 밑에 있고 없고는 정말 천지 차이다.'
'특히 겸이 엄마를 보면서 워킹맘들을 더 이해하게 돼. 그전에는 몰랐는데 아이 돌보고, 일하느라 아등바등하는 워킹맘들이 안쓰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고 말이야.'
그렇게 우리는 새벽 2시가 넘도록 이야기했다.
남편이 사장님이 아니라면, 아마 동료들과의 여느 험담과 다를 바 없는 시간이었을 테다.
하지만 조직의 리더와 직원이라는 입장 차이, 그리고 10년의 경력 차이와 조직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로 우리 부부의 대화는
더욱
풍부해진다.
나는 남편을 통해 회사 사장님의 입장을 투영하기도 하고, 남편은 나를 통해 직원의 모습을 투영하기도 한다.
우리 부부의 대화는 참 훈훈하다.
<아이를 낳기 전엔 커피숍에서 같이 일도 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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