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두 번째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에 남편은 출장이었다. 어느 나라로 갔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바쁘다고 했었다. 그럼 나는 혼자 여행을 다녀오겠노라 했다. 남편은 그러라고 했다.
어디로 갈까 고민을 했다. 너무 번화하지 않지만 놀거리가 있었으면 좋겠었다. 웬만해서는 먹을 것을 가리지 않지만,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었다. 여자 혼자 다니기에 위험하지 않은 곳이었으면 좋겠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드라이빙 레인지 ( 실외 골프 연습장)가 시내 가까이 있으면 좋겠었다.
나의 수많은 여행 중에 골프를 떠올린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나이 들면 부부가 함께하는 운동 중에 골프만 한 게 없어'라는 남편의 말에 '그럼 한번 배워나 볼까?'라며 회사 앞 헬스장 옆 조그맣게 붙여있던 연습장에서 똑딱이(공을 맞추는 스트로크 연습)를 시작한 지 2개월 정도 되었을 때다.
시댁 형님에게 받은 중고 드라이버, 아이언, 우드 세 개로 이것저것 돌려가며 출근하기 전 30분씩 매일매일 연습했다. 골프는 운동이 아니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똑딱이 30분으로 근육이 뻐근하고 땀이 맺혔다. 일하다 쉬는 시간에 채 잡는 연습을 했고, 유튜브로 골프레슨 영상을 시청했다. 7번 아이언이 좀 맞는 듯했고, 드라이버 스윙도 좀 잡혀가는 듯했다.
그래서 해외 골프 여행을 떠올렸다.
그래 이제 국내 똑딱이 연습장은 나에게 좁아.
이제 해외 똑딱이 진출이 필요한 때야!
떠나자 치앙마이로!
그렇게 골프채 3개와 함께 치앙마이 여행이 시작되었다.
오전에는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한두 시간 연습을 했다. 이동은 숙소에서 빌려주는 자전거로 했다. 골프채를 등에 메고 약 20분 정도 달리면 연습장에 도착했다. 마치 LPGA 선수라도 된 양 몇 박스 치고, 또 의기양양하게 자전거를 타고 숙소로 왔다. 짐을 풀고 동네를 어슬렁 거리며 눈에 띄는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다시 또 어슬렁거리며 숙소에 들어와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잤다. 그리고 밤이 되면 야시장을 구경 다녔다. 골프 연습을 안 가는 날에는 치앙마이 근처의 관광지를 쏘다녔다. 멋진 카페에서 커피도 마셨다. 뭔가 굉장히 특별한 여행을 하는 사람 같아 으쓱해졌다.
나름의 해외 전지훈련을 마치고 나의 똑딱이는 일취월장하는 듯했다. 회사 사람들과 스크린골프에 가 보기도 했다. 이제 머리만 올리면 되겠다 했다.
하지만 구력 3개월 만에 엘보우(팔꿈치 통증)가 왔다.
한참을 쉬니 골프가 다시 재미 없어졌다.
그러다 이직을 하고, 그러다 임신을 했다.
그리고 워킹맘이 되었다.
나의 똑딱이 생활은 찬란하게 마무리되었고, 구력만 보기 좋게 7년이 되었다.
감사하게도 남편 회사에서는 사장님과 사모님 이름으로 계열사 골프장의 회원권을 준다.
회원이 아니면 예약도 어렵다는 그곳. 회원권만 있으면 세금만 내고 골프를 칠 수 있는 그곳.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홀을 가지고 있다는 그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