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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에 Feb 05. 2024

사장이 될 사주인가!

나에겐 괴짜 외삼촌이 있다. 

외삼촌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다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 뒤로 갑자기 명리학을 공부하더니 명리학으로 학위도 땄다.

그러더니 지방에 철학관을 차리고 사람들의 사주를 봐주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삼촌은 크리스천이다. 


그 괴짜 삼촌이 내가 결혼을 하려고 하니 궁합을 봐주겠노라 했다. 

남편의 사주에 나무가 많고, 나는 물이 많아 둘이 잘 맞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물을 많이 주어야 하기에 마음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했다. 

삼촌의 엉뚱함을 알기에 그냥 알았다고만 했다. 


날을 잡고 결혼 준비를 하는데, 삼촌이 갑자기 전화가 와서는 '이서방이 해외 박사 출신이야?'라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니 삼촌은 하하하 웃으며, '그럼 네가 물을 많이 안 줘도 되겠다' 하는 거다. 

해외 박사를 하며 대륙을 건넜고, 태평양의 기운으로 본인에게 필요한 물을 다 충당했으니 나의 물기운을 쓰지 않아도 스스로 잘 크는 나무를 가졌다는 것이다. 

뭔가 그럴싸 한 느낌이었다. 남편은 해외 박사뿐만 아니라, 해외 출장이 아주 많았기 때문에 물기운은 차고 넘칠 것이기 때문이다. 


한 번은 남편이 두바이에 파견 나가 있을 때 삼촌에게 전화가 왔다.

'이서방 건강 잘 챙겨라.'

전화를 끊고 웃었다. 그렇지, 해외에 남자 혼자 나가 있으면 건강이 좋을 리가 없지. 나라도 그런 말은 하겠다 싶었다. 그러다 한참 후, 남편은 코로나 초기 서울대 병원에 코로나 중증 환자로 한 달간 음압병동에 입원했었다. 


또 어느 날은 삼촌이 그런다.

'이서방한테 사장이 보인다. 잘 보필해라'

전화를 받고 또 한참 웃었다. 

'네~ 그럼 좋겠네요' 삼촌의 엉뚱한 말에 기분은 좋아졌다. 사장이 된다는 데 안 좋을 사람이 있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몇 달 후 남편의 모회사에서는 직급체계 변경이 있었다. 특정이상 임원들을 모두 '부사장'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때 웃으며 엄마에게 '엄마, 삼촌이 돌팔이는 아닌가 봐요, '사장'이 정말 보이긴 했네요'


그런데 웬걸. 일 년이나 지났을까? 

남편이 정말 모기업이 인수한 자회사의 진짜 '사장'이 되었던 것이다. 

삼촌에게 전화를 했다. 

'삼촌 고마워요. 이서방이 정말 사장이 되었어요!'


아직도 나는 삼촌의 명리학이 어느 정도의 신뢰성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 남편은 바닷가 근처에 공장이 있는 한 회사의 사장이다. 

여전히 해외출장 때문에 여러 번 태평양을 가로지르고 있다. 

매일매일 출근을 하며, 일을 위해 비행기를 타며 물의 기운을 흠뻑 충당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까지 삼촌에게서 놀랄만한 전화를 받지는 않고 있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오더 사장이 아닌, 계약직 월급 사장은 언제 계약이 해지될지 모르는 두려움이 늘 있기 때문이다.

가끔 남편은 본인이 퇴직하면 자기가 아들을 잘 키우겠다고 농담 삼아 이야기하는 것도 놀랍지는 않다. 

내가 다니는 회사 사장님도 인사팀인 나에게 늘 하시는 말씀이니 말이다. 


그저 오늘도 무탈하게 잘 보내는 하루면 한다.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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