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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에 Apr 08. 2024

회사는 언제 해고를 하나요?(1)

해고의 정당한 이유

해고는 사용자가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해약하여 근로관계를 소멸시키는 일이다. 쉽게 말해 회사가 직원에게 더 이상 회사에 나오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럼 어떤 경우에 회사는 직원에게 더 이상 당신이 필요 없으니 나가라고 해도 되는 것일까?


"난 네가 정말 싫어졌어!" 그러면 해고가 가능할까?


물론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난 네가 싫어졌다'는 이유로 회사는 해고를 준비할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런 이유로 시작해서 각종 법률적 정당함을 찾아내서 해고를 감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회사는 법적으로 '정당한 이유'없이 해고를 하지 못한다. (근로기준법 제23조)

그렇다면 그 '정당한 이유'는 무엇일까?


[에피소드 1]

언젠가 한 번은 회사에 감사팀이 들이닥친 일이 있었다.

점심을 먹고 나른하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던 그때였다. 미국 본사에서 온 감사팀은 갑자기 A 영업 부서 사람들의 노트북을 모두 수거해 갔다. A 영업팀 사람들은 갑자기 노트북을 뺏기고 어리둥절했다. 어떤 이들은 컴퓨터를 뺏긴 김에 고객을 만나러 나갔고, 어떤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커피를 마시러 가거나 그 길로 퇴근을 하기도 했다.

며칠 뒤 감사팀을 통해  A영업팀 박이사님을 해고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알고 보니 박이사님이 고장 난 회사 장비의 부품을 다른 업체에 팔아 개인 통장에 입금시켰다는 것이다. 원래는 장비가 고장 나면 회사에 보고를 하고 장비를 반납하고 교체를 해야 하는데, 그 사이에 부품 몇 개를 다른 업체에 팔아버렸던 모양이다. 형식적인 징계위원회를 통해 해고를 공식적으로 결정하고, 박이사님은 책상 위에 개인소지품도 못 챙기고 회사를 떠났다.

누가 봐도 해고가 가능한 정당한 사유였다.

 

이런 명명백백의 해고 사유 이외에 '사회 통념상' 근로계약을 계속시킬 수 없을 정도인가의 판단은 늘 어렵다. 특히 사업이 잘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감행하는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의 경우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24조)


[에피소드 2]

아는 인사팀 B상무님은 폐업 전문 HR이다. 이상하게 B상무님이 회사만 들어갔다 하면 그 회사는 3-4년 내에 문을 닫는다. 한 번은 스타트업에 들어가셨는데 더 이상 펀딩을 받을 수 없게 되어 회사문을 닫았고, 한 번은 외국계 은행에 들어가셨는데 본사의 결정으로 한국 영업소를 철수하기로 결정했었다. 이렇게 회사가 폐업을 하는 경우, 'HR이 회사 문을 닫고 나온다'라고 표현한다. 직원을 모두 내보내고 직원들 퇴직금을 정산하고, 보험료 등을 처리하고 제일 마지막에 본인이 나오면 그때 회사는 정말 폐업되기 때문이다. 우스개 소리로 B상무님이 가시는 회사는 절대 들어가면 안 된다고 우리끼리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아주 깔끔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이다. 회사가 문을 닫겠다는데 직원이 근로계약을 유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 회사 전체가 폐업하는 경우 말고, 일부가 영향을 받는 경우는 어떨까?


[에피소드 3]

한 수입 자동차 회사의 경우 참 잘 나갔다. 공격적인 마케팅과 다양한 할인행사, 고급 브랜드 이미지 전략 등을 이용해 매출을 한껏 올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거품이 빠지고 국내 수요가 줄어들자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수입자동차 회사의 사장님과 인사팀은 직원 전체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했다. 노동법에서 말하는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였다.

매출이 반토박 나면 직원도 반밖에 필요하지 않다. 배출이 반인데, 모든 직원에게 월급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럴 때는 회사가 해고할 사람을 선택해서 통보하는 '정리해고'를 감행할 수 있지만, 해고 대상자를 선정함에 있어 법적인 절차가 복잡하고 나중에 부당해고의 문제가 발생하기에 '희망퇴직'이라는 순화된 방법을 사용했다.


일단 회사 경영진은, 줄여야 하는 인건비를 계산한다. 그 규모에 따라 내보내야 하는 직원수도 대충 정해진다. 그러고 나면 어떤 사람이 나가면 좋을지 미리 논의를 한다. 보통은 성과가 안 나거나 평가가 안 좋거나, 회사의 전략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 선택된다. 그리고 역으로 그 사람들의 교집합을 찾아본다. 예를 들어 45세 이상, 부장이상, 10년 이상 근속자, xx 업무 관련 직원 등등이다.


그러고 나서 전 직원에게 회사의 사정을 안내하며, 앞서 결정한 교집합 그룹을 공고하고,  그 안에서 퇴직을 원하는 사람을 받는다. 미리 염두에 둔 사람이 지원을 하면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회사가 염두에 두지 않았던 사람이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회사는 고민하는 척하면서 결국은 퇴직 의사를 회사 측에서 거부한다. 반대로 염두에 두었던 사람이 신청을 하지 않으면, 매니저, 사장님, HR 이 공식적 혹은 비공식적 대화를 통해 희망퇴직을 이끌어낸다.


희망퇴직자에게는 소정의 위로금이 지급된다. 위로금이 크면 클수록 지원자들도 많은 경향을 보인다. 회사 말고 다른 미래를 꿈꾸어왔던 사람에게는 좋은 기회일 테다. 하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꼭 그렇지많도 다는 사실이 회사와 직원,  서로를 힘들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처럼 회사의 매출 상황을 눈에 볼 수 있을 때에는 희망퇴직도 해고의 한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어발 조직이라 다루고 있는 사업이 많고, 해외 본사와 매출 관계가 유기적으로 엮여있는 회사일 수록, 앞서 말한 이유와는 다른 각종 상황들로 해고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1. 회사 전략이 변경되어 조직의 통폐합이 있는 경우

2. 진행하던 프로젝트 혹은 사업이 잘 진행되지 않아 해당 부서 또는 담당자를 통째로 들어내는 경우

3. 저성과자를 관리하는 경우


경영진과 인사팀의 고민이 점점 커진다.


이런 경우 '권고사직'이라는 카드를 꺼내든다.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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