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상에 Apr 22. 2024

회사는 언제 해고를 하나요?(3)

저성과자 관리

성과 평가가 끝난 후, A 차장님이 인사팀을 찾아오셨다. 이번 인사 평가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으며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고객의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는 필드 엔지니어 부서에 계셨던 차장님이었다. 부서의 특성상 고객이 제기한 문제를 얼마나 신속하게 기술적으로 대응하는지와 한 달 동안 몇 건의 고객 문제를 해결했는지가 그 부서의 성과평가 기준이다.


 A 차장님의 지난 1년 기록을 보면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다른 엔지니어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렸고, 그러다 보니 한 달 동안 해결한 문제 건수도 다른 엔지니어들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누가 봐도 낮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객관적 데이터였다.


하지만 A차장님의 변은 이러했다.

고객이 문제가 있다고 할 때마다, 본인은 직접 고객을 찾아 무슨 문제가 있는지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이야기를 하며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기 위해 정말 오랜 시간을 들였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지만 고객은 A차장님의 대응에 매우 만족했다는 것이다.


A 차장님께서는 정말 따뜻한 마음으로 고객을 대하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회사에서 그 직업에 기대하는 바는 "신속한 문제 해결"과 "많은 문제 해결"이다. A차장님의 노력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회사의 목표와는 맞지 않았다. 이런 경우 A차장님은 저성과자가 되고 만다.


매니저는 A차장님을 저성과자 프로그램에 넣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다른 부서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영업팀들과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고, 고객이 원하는 사양을 우리 제품과 맞추는 부서로 말이다. 고객과의 직접적 접촉을 망설이지 않고, 고객의 니즈를 깊게 파악한 후 기술적인 자문을 주는 일로 보직이 바뀌자, A차장님은 다음 해에 높은 인사고과를 받았다. 차장님의 성향이 기존 부서보다는 새로운 부서와 딱 맞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회사와 직원 모두 행복한 상황이다.


반면 A차장님과 함께 낮은 인사평가를 받았던 같은 부서의 B 과장님의 경우는 좀 달랐다. B 과장님 역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렸고, 해결 건수도 낮았다. 원인을 살펴보니 고객이 제기한 문제 자체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을 뿐만 아니라, 고객은 xxx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지만, 과장님은 yyy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고객과 논쟁을 하기도 했다. 기술적 자존심이 강했던 B과장님은 고객이 제기한 문제를 본인 기술력에 대한 불평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이런 일들이 잦아지자 고객으로부터 B과장님에 대한 나쁜 평가가 계속되었다. 회사는 용단을 내려야 했다.


저성과자들의 경우 바로 권고사직을 이야기하기가 조심스럽다. 노동법에서는 회사가 직원에게 개선의 기회를 주지도 않고 사직을 권하는 것은 회사가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는 해고의 수순이 아니라 성과를 올리기 위한 '저성과자'프로그램 ( PIP = Performance Improvement Plan)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때부터 매니저는 고민에 빠진다.

저성과자 프로그램의 목적은 직원의 성과 개선이다. 하지만 이런 직원들의 즉각적 성과 개선은 정말 쉽지 않다. 개선의 의지가 있고 매니저의 의도를 잘 파악하는 직원의 경우에는, 매니저들이 중간중간 하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씩이라도 개선을 한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연말 평가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직원의 경우에는, 이미 여러 번의 코칭을 했으나 개선이 되지 않았고, '이제는 정말 함께하기 어렵다'는 뜻이 내포된 결과를 반영하기도 한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A차장님처럼 꼭 그렇지 않은 경우들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저성과자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저성과 직원의 마음도 힘들지만, 이를 관리하는 매니저도 괴롭다. 매니저가 챙겨야 하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매니저가 특정 기간을 정해, 특수한 목표를 산정하고 그 정해진 목표를 잘 달성하고 있는지 며칠에 한번, 혹은 매주, 혹은 한 달에 한 번씩 평가를 해야 한다. 목표는 수치화 가능한 목표여야 하고, 평가 결과는 객관적이어야 한다.


통상적으로 두세 달 정도의 기간을 두고 한 프로그램을 돌린다. 두세 달 내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목표한 대로 잘 달성되었는지 평가한다.


프로그램을 통해 저성과 직원이 마음을 고쳐먹고 매니저가 설정한 목표를 잘 달성했다면, 이 직원은 아름답게 저성과 프로그램을 끝내고 일상으로 복귀해도 된다.


하지만 사람의 기본 업무 성향이 쉽게 변하지는 않는 법이라, 저성과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해도 회사가 원하는 수준의 개선을 보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에도 회사는 바로 해고가 불가하다. 노동법에서는 두세 달의 기간은 직원이 충분히 개선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짧았다고 판단하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두 번째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이쯤 되면 나가떨어지는 직원이 나오기도 한다.

'저는 자존심도 상하고 일도 힘들어 이제는 사직하겠습니다'

바로 회사가 바랬던 대답이기도 하다.


반면 '내가 이기나, 회사가 이기나 해 보자'며 버티기 작전에 들어가는 직원도 있다.  안 그래도 바쁜 매니저들은 소위 일 못하는 사람을 위해 또 다른 시간과 정성을 기울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목표를 설정하고, 잘하고 있는지 관리하고, 결과를 평가하고 프로그램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해야 하는 길고도 긴 여정이다.


그렇게 세 번 정도의 프로그램을 마치고 나면, 세 번 모두 프로그램에 통과하지 못한 직원에게 회사는 취업규칙에 따라 해고를 통보할 수 있다.


개인적 경험 상, 끝까지 저성과자 프로그램을 마친 적은 없다. 프로그램 중간에 직원이 스스로 사표를 내거나, 매니저가 그 직원을 다른 부서로 발령을 내거나, 아니면 직원 스스로 깨달아 성장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보통의 경우이다.


회사는 저성과자 프로그램을 길게 끌고 가는 것도 원치 않는다. 회사는 직원들을 가르치는 학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성장할 있게 코칭을 하고, 회사와 직원 모두 성장할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회사이다. 만약 서로가 성장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회사와 직원은 이쯤 해서 서로 '안녕'하는 것이 현명할지 모른다.


<Copilot 생성 이미지 : 일 못하는 직원 때문에 괴로워하는 매니저를 그려줘>


이전 03화 회사는 언제 해고를 하나요?(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