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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DISPLAY Dec 01. 2016

월요일의 도쿄

2016년 11월 14일 월요일


다시 도시로


6시 정각에 일어났다. 물론, 피곤하다. 한주와 나는 간단한 아침 식사가 든 비닐봉지와 집 앞 분리수거장에 버릴 비닐봉지들을 들고 집을 나왔다. 더 이른 아침의 거리에는 확실히 더 많은 인파가 보였다. 게다가 오늘은 월요일이다. 그들은 모두 한 방향으로 걷는다. 나카우라와 역에서 한주는 신주쿠로, 나는 한 정거장 앞인 무사시우라와 역까지 걸어가 보기로 했다. 한주는 핸드폰을 집에 두고 나왔으면서도 나를 더 챙겨주었다.

"지금 타면 출근 시간대라 힘들 거야. 9시 정도에 타"



배가 무척 고팠다. 역시 이른 아침에 문을 연 가게는 보이지 않았다. 모퉁이를 돌자 편의점이 나왔고, 그곳에서 샌드위치와 블랙커피를 샀다. 바로 앞 벤치에 앉았다. 시야의 절반을 가리고 있는 커다란 맨션을 바라보며 가까운 미래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한주 말대로 이 쪽 방향에는 저 쪽의 그것보다는 높고 넓은 시설들이 많이 보였다. 어제 보았던 강가 산책로 같은 것은 없지만, 강의 길이만큼 길게 이어진 직선의 산책로가 있다. 직장인들의 바쁜 걸음 사이로 느긋한 노인들의 걸음들이 인상적이다. 어느덧 무사시우라와 역에 도착했다.










바쁜 거리 나만 혼자


핸드폰 밝기를 줄여 놓은 사람들과 점점 김이 서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전철 창문. 신주쿠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렸다. 에비수까지는 여유롭게 도착했다. 어제 지원씨를 만났던 방향과 다른 출구로 나왔다. 나는 다이칸야마까지 걸어갈 셈이다.



이곳도 내가 아는 그동안의 아침과 크게 다를 건 없었다. 모두 분주하게 하루를 준비하고 있다. 거리 다양한 것들과는 상반되게 무채색의 표정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커피를 마셔야 할 때이다. 고소한 커피 향을 따라 카페로 들어왔다. 내가 좋아하는 규모보다는 큰 카페였지만, 손님이 별로 없어 조용했다. 주문을 하고 주변을 살펴보니, 카페 외에도 빵과 와인 파는 곳이 같이 입점해 있다. 일종의 편집샵과 같은 형태. 이곳에서 커피, 저곳에서 빵을 사서 아침 식사로 먹고, 저녁의 와인을 사가도 되겠군.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내가 주문한 예가체프 드립 커피가 나왔다. 나를 쳐다보면서 불렀으니 틀림없는 내 것이겠군.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담아 주었지만 나는 느긋하게 앉아서 다 마시고 나갈 생각이다. 어제 무화씨가 준 도록을 꺼내 읽었다.










월요일의 츠타야


먼저 지난 이야기부터. 일본에 다녀오겠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리니 다이칸야마에 있는 츠타야 서점을 추천해주셨다. 앞서 도쿄에 갔던 미희씨도 만족스럽게 다녀왔다고 했다. 월요일 하루를 더 쉬게 되었으니 그 날은 츠타야에 가보는 걸로.


조금씩 고급스러운 낮은 높이의 빌딩들이 많아질 때쯤 다이칸야마 츠타야가 모습을 들어내었다. 5년 전 들렸던 롯폰기 츠타야를 통해 알게 된 사실. 츠타야 내 입점한 스타벅스는 임대료를 내지 않는다. 서점은 커피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책을 구입할 것을 기대하여 서로 공생의 관계를 갖는다. 경영학도로서 배웠던 유명한 마케팅의 예 중 하나이다. 오늘 추가로 알게 된 이 서점의 차별점은 분류의 기준이다. 요리 레시피 책들 옆에 실제 컵이나 요리 기구들이 있는 식이다. 구매자의 동선을, 서점의 관점을 벗어나 복합적인 공간으로서 색다르게 분석한 결과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계획 없이 발 닿는 대로 우선 둘러보았다. 마침 요리 부분에서 지로의 작은 스시 책을 발견했다. 다음 시리즈에 좋은 참고가 될 것 같았다.

2층에는 CD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여름 한참 들었던 Anri의 <TImely!> 앨범은 없었고, 어렵게 찾은 Ryuichi Sakamoto의 <Self-Portrait> 앨범은 판매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결국 고른 것 중 핸드 메이드 재즈라는 것만 살 수 있었다. 계산하면서 온니 다이칸야마 라고 쓰인 CD도 한 장 더 골랐다. 국내에선 살 수 없는 앨범을 구입하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그게 안된다면 전혀 모르는 곡들을 들어 보는 것도 재미있겠지.

다이칸야마 츠타야는 3개의 건물로 이루어져있다. 가운데 건물은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들로 가득했다. 바로 포토그래피. 많은 서적이 있다 하고 말하기는 조금 어렵지만, 여러 작가들의 사진집들이 잘 구비되어 있었다. 거의 모든 책들이 펴볼 수 있게 샘플로 나와 있다. 그 옆에는 바로 구입할 수 있게 포장되어 있다. 좋아하는 작가들의 사진집을 한참 보았다.

낸 골딘 부터 울프강 틸만스. 마틴 파의 홍콩 파. 알렉 소스의 송북. 로버트 프랭크까지. 특히 홍콩 파(Hong Kong Parr) 사진집은 그 강렬함이 쉽게 떨쳐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했다. 오른쪽에는 일본 작가들만이 비치되어 있다. 일본 내 유명한 작가들 사이로 신인으로 보이는 참신한 사진집도 많이 보였다.

평소 사고 싶었던 책 2권과 엮은 방식이 독특해서 끌린 책 1권을 추가로 더 구입했다. 30,000엔가량 구입하니 약 2,000엔 정도 택스 리펀드 받은 것 같다. 참, 검색하는 기기에 영어 메뉴가 없다. 그것이 유일하게 찾은 다이칸야마 츠타야의 단점.










도대체 스시는 어디서 먹을 수 있는 거야


점심을 먹으러 가까운 나카메구로까지 걸었다. 역 앞에는 하천이 있고, 세련된 빌딩들 안에 다양한 음식점들이 있다. 미란누나가 이야기한 맛있는 것들을 바로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거의 완공 직전의 츠타야도 보였다. (나중에 알아보니 700m의 고가다리 아래 새로 생긴 ’나카메구로 고우카시타’로 11월에 오픈한다고 한다.) 산책하는 주민, 자전거를 타고 장을 보는 엄마와 아들, 삑- 소리를 내며 후진하는 트럭, 점심을 먹으러 나온 사람들. 여러 일들이 진행 중이다. 그 속에서는 긍정적인 활기가 넘친다. 그런데 도대체 스시는 어디서 먹을 수 있는 걸까?



다시 역 앞까지 돌아왔다. 한자로 적힌 가게 중 한 곳에 들어갔다. 메뉴 판매기에 한국어 메뉴가 있어 다행이었다. 규동에 샐러드와 된장국이 포함된 메뉴를 골랐다. 동그랗게 모여 앉아 먹는 곳. 음식이 나올 때까지 눈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영 어색했다. 프랑스인으로 보이는 키 큰 여성이 음식을 내주었다. 나도 그들처럼 먹는 데에만 집중했던 것 같다. 










우산


이제 비행기 시간이 가까워져 간다. 마지막으로 어디를 가볼까? 나카메구로 역에서 한 번에 갈 수 있으면서 가능하면 그곳에서 바로 공항까지 갈 수도 있었으면 좋겠다. 마침 긴자가 보였다. 긴자. 3학년에서 4학년이 되는 겨울 방학에 내가 좋아하던 문구, 패션, 전자 기기 같은 것에 좋은 경험을 얻었던 곳. 가는 길에 롯폰기도 보였지만, 그냥 긴자에 내렸다.


촬영은 계획적이었고, 여행에는 목적이 없었다. 그런 이번 여행의 경험처럼 별 다른 이유 없이 계속 우산을 찍었다. 맑은 날씨가 계속되었는데도 우산은 언제나 내 눈에 띄었다. 길가에 버려둔 우산이라던지, 집이나 가게에 보관 중인 우산들. 이것들을 계속 쫒다 보니 어느샌가 ‘비는 언제 오지?’ 하며 비를 기다리기까지 했다. 월요일 오후가 되자 아예 우산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왠지 저것도 찍어야 할 것 같다.

 

“나는 거리의 우산들을 찍고 있는데, 당신이 들고 있는 우산을 좀 찍어도 될까요?”

라는 나의 요청(물론, 일본어가 아닌 영어로)에 긴자의 사람들은 여러 답변을 해주었다.

“네 괜찮아요. 이렇게 들면 되나요?”

“내가 왜 그래야 하죠? 그리고 이건 내 우산도 아니에요”

“죄송해요. 바빠서”

“좋아요. 우산 포토그래퍼! 재미있네요. 그런데 왜 우산을 찍으세요?”

거기에 내 대답은 말 그대로 “Just Fun”

남은 시간 동안 긴자의 모든 우산들을 쫒았다.









굿바이 도쿄!


도쿄역에서 케이세이(京成) 버스를 탔다. 토요일 나리타 공항에서 아사쿠사로 갔던 스카이 라이너보다 자주 운행되고, 무엇보다 버스 안에서 1000엔만 지불하면 된다는 점이 매우 편리했다. 나리타 공항으로 가는 동안 하늘이 흐려지더니 결국 비가 내렸다. 창문에도 곧 물방울이 떨어졌고,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사람의 모습도 보였다.

‘결국 비가 내리는군’

결국 나는 5명의 한국인들과 친구들까지 모두 만나고, 다시 서울로 돌아간다.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에서는 잠이 별로 오지 않았다. 외투 주머니에 넣어둔 펜을 꺼내 입국신고서를 작성했다. 옆 자리 남자 승객에게도 펜을 빌려 주었다. 한국에 거의 도착할 때쯤 창 밖으로 어선 무리들로 보이는 불빛들이 보였다. 그 모습이 마지막 도쿄에서 보았던 빗방울처럼 느껴졌다. 굿바이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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