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루틴을 만드는 가장 가벼운 기술
비장한 각오로 헬스장을 등록했다.
하지만 등록 카드를 긁을 때의 패기는
딱 3일이면 증발한다.
이른바 '작심삼일'.
퇴근하고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헬스장으로 향하는 건,
마치 중력을 거스르는 일처럼 느껴졌다.
"오늘은 야근했으니까..."
"애들 숙제 봐줘야 하니까..."
"비가 오니까..."
”지금 가면, 겨유 1-20분 밖에 못할 것 같은데..“
내 안의 게으름은 가지 말아야 할 핑계를
백 가지도 넘게 만들어냈다.
이대로라면 내 헬스장 회원권은
또다시 기부금이 될 게 뻔했다.
나는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내가 운동을 자꾸 미루는 이유는
목표가 너무 무겁기 때문이었다.
'체지방 10% 감량', '스쿼트 100개'.
생각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목표들은
헬스장 문턱을 에베레스트산처럼 높여버렸다.
그래서 나는 목표를 아주 납작하게,
발목 높이까지 낮춰버렸다.
"운동 안 해도 돼.
그냥 가서 거울 샷 한 장만 찍고 오자."
나의 목표는 더 이상 '멋진 몸매'가 아니었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오운완' 인증샷 하나.
그게 전부였다.
그러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가서 사진만 찍고 오지 뭐.'
그 가벼운 마음으로 운동복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선다.
막상 헬스장에 도착해 거울 앞에서 사진을 찍고 나면,
기왕 온 김에 러닝머신이라도 10분 걷게 된다.
걷다 보면 몸에 열이 나고,
덤벨 하나라도 들어보게 된다.
신기하게도 그 사소한 '인증'이
운동을 지속하게 만드는 강력한 연료가 되었다.
SNS에 올린 사진에 달리는
"대단해요", "멋져요"라는 댓글들,
그리고 캘린더에 하나둘 채워지는 운동 기록들.
그 작은 성취감들이 모여
나를 매일 저녁 헬스장으로 이끌었다.
사람들은 루틴을 만드려면
대단한 의지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워킹맘에게 의지력은 아껴 써야 할 한정 자원이다.
루틴을 만드는 건 비장한 각오가 아니라,
'실패하기 힘들 만큼 쉬운 목표'다.
이제 나는 안다.
위대한 근육은
하루아침의 고강도 훈련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귀찮음을 이겨내고 일단 출석 도장을 찍는 것.
오늘도 '오운완' 사진 한 장을 남기는
그 사소하고도 끈질긴 반복이,
결국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을.
헬스장 문이 열리는 순간,
오늘의 승리는 이미 확정되었다.
자, 이제 사진부터 한 장 찍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