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사소한 '오운완'

지속 가능한 루틴을 만드는 가장 가벼운 기술

by Ondo fiftytwo

비장한 각오로 헬스장을 등록했다.

하지만 등록 카드를 긁을 때의 패기는

딱 3일이면 증발한다.

이른바 '작심삼일'.


퇴근하고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헬스장으로 향하는 건,

마치 중력을 거스르는 일처럼 느껴졌다.


"오늘은 야근했으니까..."

"애들 숙제 봐줘야 하니까..."

"비가 오니까..."

”지금 가면, 겨유 1-20분 밖에 못할 것 같은데..“


내 안의 게으름은 가지 말아야 할 핑계를

백 가지도 넘게 만들어냈다.

이대로라면 내 헬스장 회원권은

또다시 기부금이 될 게 뻔했다.


나는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내가 운동을 자꾸 미루는 이유는

목표가 너무 무겁기 때문이었다.

'체지방 10% 감량', '스쿼트 100개'.

생각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목표들은

헬스장 문턱을 에베레스트산처럼 높여버렸다.


그래서 나는 목표를 아주 납작하게,

발목 높이까지 낮춰버렸다.

"운동 안 해도 돼.

그냥 가서 거울 샷 한 장만 찍고 오자."

나의 목표는 더 이상 '멋진 몸매'가 아니었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오운완' 인증샷 하나.

그게 전부였다.


그러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가서 사진만 찍고 오지 뭐.'

그 가벼운 마음으로 운동복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선다.


막상 헬스장에 도착해 거울 앞에서 사진을 찍고 나면,

기왕 온 김에 러닝머신이라도 10분 걷게 된다.

걷다 보면 몸에 열이 나고,

덤벨 하나라도 들어보게 된다.

신기하게도 그 사소한 '인증'이

운동을 지속하게 만드는 강력한 연료가 되었다.


SNS에 올린 사진에 달리는

"대단해요", "멋져요"라는 댓글들,

그리고 캘린더에 하나둘 채워지는 운동 기록들.


그 작은 성취감들이 모여

나를 매일 저녁 헬스장으로 이끌었다.


사람들은 루틴을 만드려면

대단한 의지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워킹맘에게 의지력은 아껴 써야 할 한정 자원이다.


루틴을 만드는 건 비장한 각오가 아니라,

'실패하기 힘들 만큼 쉬운 목표'다.


이제 나는 안다.

위대한 근육은

하루아침의 고강도 훈련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귀찮음을 이겨내고 일단 출석 도장을 찍는 것.


오늘도 '오운완' 사진 한 장을 남기는

그 사소하고도 끈질긴 반복이,

결국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을.

헬스장 문이 열리는 순간,

오늘의 승리는 이미 확정되었다.

자, 이제 사진부터 한 장 찍어볼까?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