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가장 무거운 쉼표, 헬스장

육아와 업무에서 탈출해 온전히 나를 만나는 시간

by Ondo fiftytwo

'오운완'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끌려가듯 갔던 헬스장.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곳을 기다리고 있었다.


살을 빼기 위해서도,

건강해지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그곳이 내 하루 중 유일하게

'로그아웃' 할 수 있는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워킹맘의 삶은 '24시간 대기조'와 같다.

회사에서는 담당자를 찾는 호출에,

집에서는 "엄마"를 부르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1분 1초도 내 의지대로 쓰기 어렵다.


내 귀는 늘 타인의 요구를 듣기 위해 열려 있어야 했다.

하지만 헬스장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세상의 소음은 차단되고,

오직 내가 선택한

플레이리스트만이 나를 채운다.


집에서는 아이들을 위해

동요나 만화 주제가를 틀어야 했지만,

여기서만큼은 내가 좋아하는

비트에 맞춰 덤벨을 든다.


러닝머신 위에 올라가서는

그동안 보고 싶었지만 엄두도 못 냈던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를 켠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허벅지가 터질 것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하다.


"아무도 나에게 뭘 해달라고 하지 않는 시간."

"오직 내 심장 박동과 호흡에만 집중하면 되는 시간."

몸은 가장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마음은 가장 깊은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묻는다.

"일하고 애 키우기도 힘든데 운동할 힘이 어디 있어?"

하지만 몰라서 하는 소리다.

힘이 남아서 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

소진된 마음을 채우기 위해

헬스장으로 도망쳐 온 것이다.

나에게 웨이트 트레이닝은

무거운 쇳덩이를 드는 고통이나 인내가 아니라,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는 가장 달콤한 '휴식'이다.


땀방울이 뚝뚝 떨어질 때마다,

덕지덕지 붙어있던 업무 스트레스와

육아의 죄책감도 함께 씻겨 내려간다.


그렇게 한 시간,

온전히 나만을 위해 에너지를 쏟고 나면

나는 다시 웃으며 '엄마'로,

'김 수석'으로 돌아갈 힘을 얻는다.


오늘도 나는 헬스장으로 퇴근한다.

내 인생에서 가장 무겁지만,

가장 자유로운 쉼표를 찍기 위해서.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