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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권 Jul 05. 2020

박사과정...나 정말 학위 받을 수 있을까? 아니라면?

학위를 안받고 그만두면 난 뭘할 수 있는 걸까


대학원생들 한번씩 겪는 사춘기 같은거야?



자신의 또 다른 친구(A)가 대학원생이라는 제 친구(B)가 제게 물었습니다.

B의 말을 듣고서 저는 크게 공감하며,

"학계 위의 모두가 (아마도 비정규직에 더 해당되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겪는 실존의 문제"

라고 답했습니다.


왜냐면 그 A친구의 고민은 저의 고민과, 제 동기들의 고민이자,

제가 아는 거의 모든 대학원생들이 겪는 고민이(었)고,

브릭스라든지의 연구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본질이 같은 고민들이 주기적으로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A와 우리 모두의 고민은 다음과 같습니다.


연구/실험도 잘 안되고, 이런 연구로 졸업(요건 충족)은 가능한지?
졸업을 해도 박사로서 (=한 명의 독립된 연구자로서) 잘 할 수 있는지?
졸업을 해서 나가면, (혹은 졸업을 설령 안하고 나가든) 나가서 무엇을 해야할지?
결국 취업이 그 끝이라면, 취업으로 연결되는 연구주제나 일들을 지금부터 해놔야하는 것인지...?


B는 제게, 이 고민이 모두가 겪는 문제라면 다들 결론을 어떻게 내리냐고 물었습니다.

한참을 고민했던 문제지만... 아직도 답을 모르겠는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결론은 사람마다 다르다.
사실은 그래서 저런 고민을 이미 거친 사람이라면, 혹은 저런 고민이 현재 진행형인 사람이라면...

누군가 대학원 진학을 물어봤을 때 "박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가 있을 때 박사 과정을 시작하라"는 조언을 한다.


그런데 만약 고민하는 사람이

박사가 왜 꼭 필요한지에 대한 답을 또렷하고 자신있게 답할 수 없다면... 특히나,

1) 박사가 자신의 삶의 의미든 커리어든에서 필요가 없는데

2) 박사 졸업할 요건이 눈 앞에 안보이는 상황이라면

박사 과정에 남는 것이 독이 될 수도 있어서 더 고민이 될 것...


박사의 취업이 석사의 취업보다 공급도 적은 것은 사실이나,

수요도 적기 때문에 독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라고 답해줬네요.



B는 A가 석박통합과정이 얼마 안남았는데 고민 중이라며 함께 마음을 무거워해줬습니다.


저는 여기서 '아... 대학원 시스템이 잘 안알려져있구나'를 다시금 깨닫고,

친구에게 더 조심스럽게 말을 붙였습니다.


사실 석박 통합 과정이라면 대부분 학교의 경우,

'박사 학위 수여까지 얼마 안남은 것'이라는 상황이 없기 때문입니다.


박사의 졸업 여건은 일정 수준 이상의 (국제) 저널 출판 및 실적을 채워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연구가 잘 안돼서 논문 혹은 실적이 안나온다면... (구술 디펜스와는 별개로) 졸업을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졸업이 7-8년이 걸리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인거죠...
(*덧붙여 학교마다 행정 시스템이 다르지만, 석박통합과정 중퇴라면 일정 기간안에 & 지도교수님 허락 하에 신청한 상황이 아닌 경우, 석사 학위조차 주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


따라서 지금 본인의 상황 상
(1) 박사 따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커리어 비용이 들어갈 것 같은 상황
(예: 아예 새로운 연구 주제 셋업이 필요한 경우)
&& (2) 본인의 인생에 박사 학위가 꼭 필요한지 모르겠다

싶다면, 지금이 엄청난 선택의 시기라고 느낄 수 있다고 말을 붙였습니다.



자... 그럼 이제,

'(박사가 되든 박사가되지 않든) 
연구실을 나가는 사람들은 뭐해먹고 살아...?'

라는 질문이 이어지는데요...


이 또한 답은 사람바이사람 입니다.

이과인 경우 의학전문대학원이 가능했던 시기에는 진로를 돌리는 친구들도 있고, (혹은 약학전문대학원)

로스쿨로 진로를 변경하는 친구들도 있고,

취업하는 경우도 있고,

고시를 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구요.

좀 더 적성에 맞는 다른 대학원/연구실을 알아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랩을 나서는 순간부터는... 본인의 꿈과 역량, 상황에 따라서 정말 케이스바이케이스 각개전투이기에 실존의 문제라고 답했습니다.



요약:

박사 학위가 왜 꼭 필요한지 모르겠는데 && 박사 학위를 따는데 들여야할 예상 비용과 시간이 너무 크다면, 멘붕의 시기. 아무런 안전망(safetynet)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 해결책은 개개인마다 다르다ㅠㅠ!


친구 B는 회사원의 고민인 '이 일이 내 적성에 맞는걸까? 이 일을 평생할 수 있는 것일까?'의 고민과는 한결 다른 문제인 것을 알게 되어 놀라워 했는데, 덕분에 소재를 얻었네요...! 어느 순간, 주변에 대학원 관련 사람들이 더 많아져서 대학원 생활의 어떤 포인트가 다른 직업군과 다른지 잊고 있던차에 정말 감사합니다.

이 또한 엄청난 고민... 나는 혼자 철들지 않고 세상물정 모르는 피터팬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인가...?


평안한 주말의 마무리와 함께 좋은 한주의 시작이 되시길 바라며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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