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_재즈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달린다. 은하수를 건너서 우주정거장을 향해 나아간다. 그 기차에는 나그네가 있다. 그 나그네는 철이라는 소년이다. 듣기만 해도 벅찬 단어 소년. 나그네는 행복을 찾는다. 현재도 먼 미래, 우주 여행을 하는 시대에도 사피엔스 숫컷(수컷. 숫컷이라고 발음해야 맛이 난다.) 숫컷 소년은 행복을 찾아 떠돈다. 한국을 너머 전 지구로 지구를 벗어나 더 넓은 우주로 사피엔스 숫컷의 행복 찾기는 끝이 없고 무한히 넓은 곳까지 헤매야 한다. 그 소년의 행복은 영생, 영원히 죽지 않고 사는 것이다.
기차가 건너는 밀키웨이(은하수)는 지금 우리가 둥지를 튼 은하의 이름이다. 달은 지구를 돌고 지구는 태양을 돌고 태양은 블랙홀을 돈다. 이런 태양과 졸개들(태양계) 수 천억개가 모여서 은하를 이룬다. 빛도 내지 못하는 행성 지구을 세 번째 졸개로 둔 태양계는 우리 은하 끝자락에 있다. 다른 은하로 가려면 은하수를 가로질러야 한다. ‘은하수를 가로지르는 기차‘라는 멋진 상상은 기차가 막 지구 위를 달리기 시작한 20세기 초반에 살았던 소설가의 세계였다. (죽지 않고 건강한 젊음은 요절한 원작자 미야자와 겐지의 간절한 소망이었을 것이다.)
우주에는 소리가 없다. 너무 두꺼운 무음. 깊은 바다에 들어가면 유사한 소리의 뮤트를 느낄 수 있다. 늘 소리를 듣게 되는 지구에 비해 어떤 소리도 나지 않는 우주는 무한이 무섭고 외로울 것이다. 또한 우주는 빛이 없다. 어둡다. 지구의 어떤 것으로도 만들 수 없는 짙은 블랙이다. 짙은 어둠도 수심 30m 아래로 향하면 볼 수 있다. 검은색의 공포. 우주의 삶은 영원한 공포 속의 삶이다. 어둠. 적요. 이런 두려움으로 상상한 세계. 은하철도 999의 원작 소설 ’은하철도의 밤‘이라는 작품의 분위기는 김국환이 부른 주제가 분위기처럼 경쾌하지 않다. 비극미가 숨어 흐른다. (김국환 아저씨는 여전히 경쾌하게 노래하신다. 특히 트로트 메들리는 공연장을 들썩이게 한다. 공연을 기획해 놓으면 가수가 뭔 노래를 하든 관심이 없다. 그러나 김국환 아저씨의 공연때는 무관심한 척 뒷짐을 지고 관객석 끝자락을 맴돌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간절히 빌었다. 은하철도 999 노래 한번 만 해줘요. 그는 트롯트 메들리만 남기고 무대에서 사라졌다. 라이브로 은하철도 999를 들을 기회는 이제 없을 것이다) 소설가의 상상은 이런 공포심으로부터 왔을 것이다. 반대로 어머니 지구는 얼마나 안전하고 평온한지 모른다. 이 지구를 버리고 떠나야 하는 순간. 사피엔스에게 언젠가 이 순간이 올 것이다. 가봤자 별수 없겠지만,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 우주는 가지 말고 바라만 보는 것이다.
어디든 멈추지 않고 나아가야 하는 유목민 사피엔스는 우주로 비행체를 보냈다. 그 이름은 보이저호. 지구가 소멸하는 그 순간까지 아니 그 너머까지 우주를 무한히 날아다닐 인간이 만든 물건. 우리는 확인 할 수 없지만 그 물건은 영원히 우주에서 부유할 것이다. 지구를 그리워하면서. 그리움은 사피엔스 본능. 그 본능은 사피엔스가 만든 물건에도 전이되어 있을 것이다. 그, 보이저호가 지구를 그리워할 것이라는 암시가 있었다.
1990년, 지구를 떠난 지 23년이 된 보이저 1호는 아득히 먼 우주에서 자신이 날아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았다. 고향, 근원을 향한 회기성. 보이저 1호도 우리와 같았다. 그리고 그는 자기의 출발지를 향해 셔터를 눌렀다. 60억 킬로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창백한 푸른 점, 지구가 최초로 사진에 담겼다.
자기의 자화상을 본 최초의 사피엔스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다. 미래에 우리는 멸종하거나 멸종을 피하기 위해서 우주로 가야 할지 모른다. 확실한 것은 50억 년 후 태양이 팽창해서 지구를 먹어 삼킬 것이다. 그 전에 우주로 떠나야만 한다. 그 전에 우리가 멸종 않는다면, 우리 사피엔스가 멸종을 멸할 선택은? 바이오메카노이드다.
우주로 가는 나그네 소년 철이가 행복을 위해 갖고 싶은 것은 죽지 않는 것,영원한 생명이다. 영원히 살기 위해서는 기계인간이 되야 한다. 철이는 기계인간이 되기 위해 우주를 헤맨다. 기계 인간을 만들 수 있는 항성을 찾아다닌다. 그러나 진정 우리가 가져할 미래는 기계인간인가?
바이오메카노이드는 H.R. 기거(H.R. Giger)라는 예술가가 그린 세계다. 그 실체는 그가 예술감독으로 참여한 영화 ‘에일리언’을 통해서 볼 수 있다. 에일리언은 죽지 않고 강한 기계이자 생물.
”사피엔스 숫컷 소년이여? 너는 에일리언이 되고 싶은가?“
지구를 떠나기 전까지 시간은 있다. 그전까지 사피엔스 종 숫컷 소년이 되어야 하는 것은 기계 몸이 아니라 ‘스누피’다. 찰리 브라운의 친구인 개 '스누피'는 모든 사피엔스 숫컷이 지향 해야할 종착점이다.
스누피는 홀로 있다. 스누피는 홀로 사유한다. 스누피는 사유하고 철학을 한다. 스누피는 책을 읽는다. 시를 읽는다. 그는 말이 없다. 늘 침묵한다. 스누피는 묵언을 진정으로 수행하는 수행자다. 그리고 듣는 자다. 찰리 브라운과 우드스탁이 옆에서 시끄럽게 굴어도 묵묵히 듣는다. 스누피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동경할 만 하다. 그는 조만간 하루키를 넘어설 것이다. 그럼 하루키 흉내 내기는 스누피 흉내 내기로 변화해야 한다.
많은 음악이 있다. 그러나 캐럴은 정말 남의 세계다. 굳이 캐럴을 들어야 할 것까지는 없지 않나 싶다. 크리스마스라는 것이, 캐럴이라는 것이 너무 상업적이다. 시끄럽다. 아닌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미련이 그토록 남는다면, 미련처럼 허망하게 자신을 아프게 하는 게 없지만 캐럴을 굳이 들으시겠다면 이 앨범이다. 우아하고 품격 있는 연주로 찰리 브라운과 친구들 그리고 스누피에게 헌정된 음반이다.
크리스마스를 잘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노래들의 연주다. 소나무야 소나무야로 시작한다. 북 치는 소년의 노래도 찰리 브라운과 친구들의 입소리로 들을 수 있다. 파리나무십자가 소년 합창단과 비견 될만한(과장이다) 찰리 브라운과 친구들의 노래도 들을 수 있다. 유일하게 튀는 것은 케롤 음반인데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가 포함 되었다는 정도다. (이 노래가 포함된 이유를 모르겠으면 음반을 듣지 마라. 피너츠에 대한 무례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에 비가 왔다. 행복했다. 크게 피해가 없을 만큼 폭우가 내려서 아무도 데이트 못 하고 집에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도하지는 않았다. 크리스마스인 25일 아침 7시부터 편의점에서 캐럴이 나온다. 내가 틀었다. 사장이 퇴근하면서 편의점 라디오에 블루투스가 있는 것을 알려 줬다. 편의점에 있는 옛날식 네모난 구형 라디오. 사장은 95.1을 주구장창 듣는 올드 팝과 옛날 발라드 신봉자다. 정사원이 되었으니 음악 선정 권한이라도 생긴 듯 블루투스 허락했다.
“듣고 싶은 거 들어”
이 음반을 틀었다. 이유는 내가 이 캐럴에 관해 써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쇠 손잡이를 철창의 봉처럼 잡고 유리문 밖을 내다 본다. 날이 아주 화창하다. 손님이 없다. 감옥에라도 있는 기분을 낸다. 캐럴과 대조를 만들기 위한 연기다. 누군가 사진을 찍으면 편의점에 갇힌 파란 조끼의 중년 남을 보게 될 것이다.
찰리 브라운은 포수다. 포수 장비를 차고 헤드기어를 쓰고 미트를 치면서 플레이볼을 외친다. 포수 찰리 브라운은 TV 앞에 앉아 있다. 원작 만화에 나오는 한 씬이다. 너무 웃겼다. 파란 조끼의 중년남이 야구 광팬 시절에 이 만화를 봤었다. 야구 얘기를 하면 몇십 페이지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야구 얘기는 금기다. 축구 얘기 군대 얘기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는 금지다. 이걸 하면 아저씨가 된다. 야구 얘기도 같다.
찰리 브라운은 야구를 좋아한다. 피너츠의 작가가 야구를 좋아했을 것이다. 그래서 피너츠 원작을 더 좋아한다. 찰리 브라운은 왜 포수일까? 타격은 못 한다. 우직하게 서 있는 것은 잘한다. 공이 날아오면 피하지 못 할 만큼 느리다. 몸으로라도 공을 막을 것이다. 뒤로 공이 빠지지는 않게 할 것이다. 찰리 브라운은 야구는 못 하지만 야구는 누구보다 좋아할 것이다. 야구는 야구를 못하는 사람을 위한 스포츠다. 못 해도 좋아는 할 수 있다. 캐럴이 싫다. 싫어도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있지만 캐럴은 싫으면 못 듣는다.
“성탄을 축하합니다.”
성탄대축일미사에 가면 이렇게 인사한다. 간결하고 차분하다. 성탄을 축하한다는 말을 주고 받는 정도면 충분하다.
최초 민간 스페이스 셔틀이 추락했다. 발사체가 엔진을 가동 해 하늘로 날아오른 직후 폭팔했다. 최초의 한국형 민간개발 우주발사체 프로젝트가 실패한 것이다. 실패한 후 이 회사 주가가 올랐다. 나 같은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기사를 보자마자 이 회사를 검색하고 주가 창 관심 종목에 넣어 두었다. 한주에 11200원. 많이는 아니지만 공돈이 생기면 한주씩 투자할 계획이다. 100주 이내로. 돈이 아니라 꿈을 사고 싶은 맘이다.
<크리스마스 트리 위에 별처럼 서 있는 하얀 개, 스누피를 봐라. 그는 별 같다. 별을 향해 가려면 스누피가 되야 한다.>
크리스마스에도 배송차는 온다. 새 차를 산 배송 기사님에게 크리스마스 커피를 주었다. 새 차를 샀으니 돈을 더 벌어야 한다. 커피 한 잔을 사러 오신 할머니. 커피를 결제하면 컵을 카운터에서 내준다.
“커피 해보셨어요.”
커피 머신 사용법을 알려 드려야 하는 손님이 있다.
“수 십번 해봤습니다.”
웃으신다.
“성탄절 잘 보내세요.”
인사를 하신다.
ps. 보이저호에는 금속 CD 한 장이 부착되어 우주로 향했다.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2번' 1악장
베토벤의 '현악 4중주 13번' 5악장 '카바티나’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 '안단테
지구를 대표하는 음악이다. 꼭 들어 두고 숙지해 두길 바란다. 우연히 우주인과 조우 한다면 당신은 이 노래에 대해서 수다를 떨어야 생존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곡의 선정자는 돈을 들여서 지구를 찍어야 한다고 우긴 로맨티시스트 칼 세이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