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비하_전통주 소믈리에의 우리 술 비하인드
첫째
술을 빚고 남은 지게미를 서민들이 대충,
막 아무렇게나 하여 마셨기 때문이라는 썰
둘째
면을 막 뽑았다의 막국수처럼 지금,
막, 방금 걸러 마신다라는 썰
현재로선 후자의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런데 알고 있는가
우리가 마시는 막걸리 라벨엔 탁주로 표기되어 있다는 것을.
그렇다면 탁주는 무엇이고 막걸리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같다'
주세법에 따라 모든 막걸리는 탁주로 분류되는데 탁주란, 이름 그대로 흐릴 탁(濁)을 사용한 ‘혼탁한 술’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탁주의 기준은 무엇일까? 과거엔 해당 직원의 판단에 따라 '탁하다' 생각되면 탁주라 분류했다. 현재는 반대편 글씨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탁한 술을 탁주로 분류한다.
근데 왜 막걸리가 아니고 탁주일까?
항간에 일본과 중국에도 혼탁한 술이 있기에 그 뜻을 통용하기 위해서라는 썰이 있다. 하지만 굳이 탁주라는 표기를 고집할 이유는 없다. 더 황당한 건 해외 수출 시 발음이 어렵다며 알아듣기 편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이유로 '코리안라이스와인'이라 부르거나 공모전까지 열어 '드렁큰라이스'라는 우스꽝스러운 이름을 지었는데 이것은 오히려 막걸리의 매력만 반감시키고 흡사 버터 맛 된장 같은 느낌을 남겼다.
막걸리는 고유명사 막걸리일 수 없을까?
2010년, 드디어 정식으로 '막걸리' 명칭을 사용하게 되었지만 이마저도 탁주와 막걸리는 같은 용어라 개정하였다. 그리하여 막걸리의 라벨엔 그대로 혼탁한 술, 여전히 탁주다.
아니 그럴 거면 왜 만든 거죠?
뿐만 아니라 전통주의 명칭은 강점기 시절 그대로 머물러 있다.
스마트폰, 자율주행 자동차, 인공지능 쳇지피티 시대까지 왔는데 전통주 왜 너만 그대로니..
전통주 주세법, 왜 안 바꿔주시는 겁니까?
사실 막걸리는 탁한 술이 아니라 뽀얗고 맑은 아이보리 색을 띠고 있다. 입 안 가득 머금으면 고소하고 달큼한 쌀 맛과 약간의 산미가 어우러져 부드럽게 술술 넘어가고 배가 든든해짐과 동시에 기분 좋은 취기가 슬며시 오르는 술이다. 그 해 농사 지은 쌀로 집집마다 빚어 차례나 제사에 올리거나 귀한 손님께 대접하는 가양주 형태로, 김치나 장처럼 집안 고유의 특색과 손맛이 있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와 양곡관리법을 지나며 제조법이 획일화되었고 한때 불량막걸리들까지 우후죽순 생기며 마시면 머리 아픈 술, 값싼 술이란 이미지만 남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일본은 자신들의 맑은술을 단순히 '청주'라 칭하지 않고 '사케'라는 고유함을 부여해 세계에 인정받음과 동시에 그 등급을 세밀하게 나눠 일본을 대표하는 고급술로 이름 알렸다.
전통주 업계가 지속적으로 주세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국민의 관심이 낮고 주류시장의 2%가 되지 않는, 소위 돈 안 되는(?) 전통주는 그저 귀찮은 존재인가 보다.
K-팝, K-푸드, K-무비가 전 세계를 휘어잡고, 두유 노 막걸리, 두유 노 소주를 외치지만 정작 우리 술은 아직 그 자리다.
선조들의 지혜로 빚은 우리 막걸리는 언제까지 흐리고 혼탁한 술이어야 할까?
음식에 진심인 민족, 음주가무를 사랑하고, 풍류를 즐기는 선비의 나라, 먹방의 시초, 먹잘알들의 성지, 음식도 맛있는데 술은 또 얼마나 맛있게 잘 만들었을까?
우리가 우리 술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 전통주는 거기서부터가 시작이다.
tmi
* 탁주=막걸리
* 물 타지 않은 술을 전내기 혹은 원주라고 부르며 이화주는 떠먹는 막걸리다.
* 전통주 명칭에 대한 개정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