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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가 왜 비싸?

술비하_전통주 소믈리에의 우리 술 비하인드

by 한태정




막걸리가 왜 이렇게 비싸요?



막걸리는 쌀, 물, 누룩을 발효시켜 만든 발효주다.


이는 당화, 효소, 효모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밥을 오래 씹어 침과 밥이 섞이면서 단맛이 생겨나는 것이 당화작용이다. 즉, 침이 '효소, 쌀과 침이 결합되며 만들어지는 게 '당'이다.


과일은 당도가 높아 스스로 당화를 일으킬 수 있으나 곡물은 스스로 당이 만들어지지 않기에 매개체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입으로 씹어 술을 빚을 수 없으니 쌀을 고두밥이나, 떡, 죽, 범벅의 형태로 만들어준다.


당은 효모와 만나 발효되면서 알코올을 생성하게 되므로 술을 만드는 데 있어 이 당화 과정은 중요하다.


누룩방에서 띄워지는 전통누룩


여기에 효모.


누룩은 밀, 쌀, 녹두등을 물과 반죽하여 볏짚과 함께 적당한 수분과 온도로 곰팡이를 띄우는 것인데 빚깔에 따라 황국(노란), 흑균(검은), 홍국(빨간)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진다.

누룩곰팡이는 술맛을 좌우하므로 좋은 누룩을 띄우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잘 만든 누룩은 부숴 고두밥, 떡, 죽등과 섞어 발효시키면 되는데

좋은 재료와 잘 띄운 누룩을 넣어 만들었다 해서 끝이 아니다.

발효과정에서 알맞은 온도와 환경을 유지할 수 없다면 모든 일은 수포로 돌아간다.


여기서 신맛을 잡고 단맛을 더 강화하기 위해 위와 같은 과정을 반복하여 넣어주는데 그것을 '덧술'이라고 한다. 덧술을 하지 않으면 단양주, 덧술이 두 번 반복되면 이양주, 세 번 반복되면 삼양주,... 다섯 번 반복되면 오양주가 된다.


단양주는 덧술 하지 않기에 맛을 잡기 어려워 만들기 까다롭고, 덧술 하면 맛은 안정되지만 그만큼 단가와 시간, 노력이 들어가게 된다.


이제 만들어진 막걸리를 면포에 거르면 되는데 이때 거르고 남는 것이 '지게미=찌꺼기'다.

처음 걸러진 막걸리는 그 도수가 높다.

이것 '원주(原酒)' 또는 '전내기'라 부른다.

이런 원주를 제성(물로 희석시킴)하여 음용하기 좋게 도수를 낮추고 하루이틀 숙성시켜 주면 비로소 우리가 알고 있는 6~7도 사이의 막걸리가 된다.


예전 한 프로그램에서 막걸리 공장의 제조과정을 담은 다큐를 본 적 있다.


자동화되었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 공장에 한 해 서고 중소양조장과 소규모 양조장들은 제조부터 병입까지 위와 같은 과정을 대부분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막걸리가 안 나가면 안 나가는 대로 유지가 어렵고 잘 나가면 잘 나가는 대로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막걸리는 타주류에 비해 세금이 적은 편이다. 지역 농산물을 위한 배려인데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입장도 있다. 수입 주류에 비해 값싼 술이라는 프레임이 자꾸 씌워지기 때문이리라.








2-3천 원대의 막걸리가 1-2만 원대로 올라가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1. 원재료의 함유량이 많아지면 원가가 올라간다.

-> 술의 도수가 높아질수록 원재료 함유량이 많다.


2. 들어가는 재료의 질이 좋으면 원가가 올라간다.

-> 지역쌀인지 국산쌀인지 햅쌀인지 잉여쌀인지 수입쌀인지 팽화미인지, 부재료가 들어갔는지 아닌지에 따라서 달라진다.


3. 만드는 방식에 따라 그 값이 달라진다.

-> 인건비 유무와 노동력에 따른 시간, 노력 투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4. 담아지는 용기와 포장에 따라 값이 다르다.


포천 산사원


소비자들은 1-2만 원대 와인은 저렴하다 생각하면서 1-2만 원대 막걸리는 비싸다 생각한다.


과연 이렇게 만들어진 막걸리가 일부 공장형 저렴한 술들과 비교해 비싸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높은 세금과 방부제가 들어간 애매한 수입술 보다 쌀, 물, 누룩으로 잘 빚은 막걸리가 훨씬 가치 있다 생각한다.


막걸리는 싼 술이 아니다.


양조인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잘 만든, 좋은 술이다.





tmi


* 막걸리 만들기는 犬생 노동이다.

* 팽화미는 쌀을 튀밥(뻥튀기)의 형태로 만든 것이다.

* 막걸리는 국내 세금이 적은 편이라 우리나라에서는 텍스프리와 다름없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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