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비하_전통주 소믈리에의 우리 술 비하인드
과하(過夏): 여름을 지나다.
여름은 술이 잘 익는 계절이다.
여름이 다가오면 생각나는 우리 술,
과하주(過夏酒).
바로, 여름을 지나는 술이다.
냉장고가 없던 옛날옛적, 우리 먹잘알 선조들은 여름만 되면 술이 빨리 쉬어 버리는 것을 아쉬워했다.
그리하여 한 가지 묘책을 생각해 냈는데, 그것은 기존 술에 도수 높은 술을 더하여 기존 술 역시 도수를 올려버리는, 즉 지금의 포트와인이라 불리는 주정 강화주, 과하주를 만들어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유럽에도 도수와 당도를 높인 주정강화주인 포트와인이 있지만, 우리가 어떤 나라인가?(배달의 민족 말고요) 선조들은 그보다 100년이나 앞서 서양의 어떠한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과하주를 만들게 된다.
like 마치, 가톨릭 공부를 알아서 사부작사부작했던 그때처럼 말이다.
일반적으로 포트와인이 주정을 부어 재발효를 멈추는 방법이라면, 과하주는 발효 중인 술에 증류주(소주)를 첨가해 한 번 더 발효 숙성 시킨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로 포트와인보다 앞선다.
과하주는 보통 18~20도의 도수로, 단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최초 한글 고 고조리서 '음식디미방'을 보면 '과하주는 맵고 달다'라고 쓰여 있는데, 한 모금 마셔보면 이 말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매운 것은 미각중 통각을 나타내므로 높은 도수 후 단맛이 올라오는 술이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난중일기에 보면 이순신 장군이 과하주를 드신 기록이 90회가 넘게 남아 있다고 하니, 지금으로 치면 인플루언서 이순신 장군의 픽! '어머 이건 사야 돼' 같은 맛있는 술이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나는 '풍정사계'의 과하주, '하(夏)'를 좋아하는데 고소한 곡물에 달콤한 알코올의 맛은, 한여름의 계곡, 수박처럼 여름을 기다리게 한다.
과하주.
여름을 무탈히 보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계절 술.
과하주를 마실 때, 종종 선조들은 어떤 여름을 보냈을까 생각하곤 한다.
김치냉장고가 있는 후손들의 요지경 세상을 본다면 아마 깜짝 놀라시겠지.
이번 여름은 이르게 찾아온다고 한다.
오늘도 기온이 23도를 넘었으니 벌써부터 여름이 두렵다.
더위는 반갑지 않지만
후덥지근한 밤공기를 날려줄,
차가운 과하주 한 잔은 새삼 기다려지니
올해도 여름을 싫어 하기는 글렀다.
요약
1. 과하주는 더운 날 술이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청주(약주)에 높은 도수의 증류주(소주)를 섞어 변질을 막은 주정강화주이다.
2. 서양의 포트와인보다 100년이나 앞선 기술이 있었다.
3. 과하주는 맵고 달다. 과하주.
올여름 꼭 맛보시길!
덧+)
근데 이순신 장군님은 원균을 왜 그리 싫어하신 걸까요? 난중일기 디스 재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