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생각한 대로 살아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살아가는 대로 생각하긴 싫어서 반추하는 삶에서 멀리 도망쳤다가도 결국에는 생각하고, 생각을 정리해서 적어내리고, 적어내린 내용을 실천하려는 삶으로 되돌아오게 되는 것 같다.
사람마다 정해진 운명이 있다면 민감하고 엄격한 기질을 타고난 이들에게 그런 삶이 그들의 운명이라고 말해버리고 싶다. 때로는(사실은 거의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그런 기질이 축복보다는 저주 혹은 고질병으로 느껴져서 민감하고 예민한 자신이 한없이 혐오스럽고 가엾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민감한 시각으로 다른 이들을 살피고, 보다 나은 삶을 고민하고 그 삶을 살기 위한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 올바르고 선한 삶이라는 막연하면서도 강한 신념 때문에, 혹은 마땅히 그런 삶을 살아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다시금 힘든 길로 되돌아오게 된다.
어쩌면 나 자신이 생각하고 반추하고 의미를 찾는 삶에서 도망치고 다시금 되돌아올 짓을 한없이(어쩌면 영원히) 반복하게 될 것이라는 직감이 스스로를 가장 비참하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누구에게 인정받기 위해 그런 삶을 선택한 것은 아닌데(사실 그런 삶을 '선택했다'는 말이 적절한지도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내가 들인 '가치 있는 삶'에 대한 많은 이들의 무관심이 종종 버거운 외로움이 될 때가 있다.
물론 내가 계획하고 살아내는 삶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소수의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들의 존재가 분명 큰 힘이 되는 것은 많지만, 안타깝게도 아직은 그 소수의 존재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다시금 일어서서 홀로 외딴길을 걸어갈 정도로 성장하지는 못한 것 같다.
어쩌면 그 정도로 성장하기를 바라지 않거나, 이미 그 정도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싶은 것 같기도 하다.' 느껴지는 익숙한 외로움이 나의 어떤 기질 때문이 아니라 단지 물리적으로 내가 혼자이기 때문이라고. 아직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적절한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나와 비슷한 사람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라며 합리화할 최후의 수단을 남겨두고 싶은 욕심 혹은 절박감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