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가까이서 봤다. 듬직한 모습이 한없이 여유롭다. 나무가 늙을수록 고귀해지는 것은 세찬 비바람을 피해 가지를 뻗어가고, 햇볕이 많은 쪽으로 몸을 비틀어 부족함을 채우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홀로 일어나지 않는다. 자연은 서로의 조화 속에 움직이고 분명한 존재 이유가 있다. 우리의 삶도 존재와 조화 속에서 인연 따라 흐른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생존이 위태로워지면 사력을 다해 마지막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어 유전자를 이어가기 위한 종족 보존을 본능적으로 나타낸다. 우리는 이것을 생물학적 용어로 앙스트 블뤼테(Angstbiute)라고 한다. 불안 속에 꽃을 피운다는 의미다. 식물도 불가능의 상황이 오면 혼신의 힘을 다해 꽃을 피운다. 인간은 불가능의 상황이 오면 어떤 꽃을 피울까. 언어를 내려놓고 뒤돌아보는 시간이 오늘따라 길어진다. 오늘 하루는 궁핍 속에서 충만함을 찾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