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하나 시원스러운 답을 말하지 않는다. 세상은 시끄러운데 해답이 나오질 않는 이상한 시대에 문득 기억되는 책이 있다.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2004. 소나무)이다. 2004년에 출판되어 그 해 주목할 만한 인문서로 선정되는 등 당시의 인문 출판시장에서 매우 의미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은 조선시대 과거시험 마지막 관문인 임금과 대면하는 자리다. 그 자리에서 임금은 합격한 선비들에게 시대를 물었고, 합격자는 답했다. 임금은 물음에 절박했다. 과거에 합격한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시대를 헤쳐나갈 동냥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목숨을 걸고 답했다.
오늘도 세상은 시끄러운데 누구 하나 목숨을 걸고 아니 직위라도 걸고 국민을 위해 간했다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 책이 갑자기 기억되는 것은 올곧은 조선 선비들에게 물음이 “오늘을 묻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1611년 광해는 별시문과(광해 3년)에서 ‘임숙영’에게 “지금 가장 시급한 나랏일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임숙영은 거침없이 답했다. “나라의 병은 왕 바로 당신에게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금은 책문함에 스스로의 실책과 국가의 허물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았다며 그것마저 남김없이 지적했다. 임숙영이 지적한 12가지 중 ⓵물려받은 것을 지키지 못할 왕이 되지 말라. ⓶서로 마음을 합해라. ⓷직언이 금기가 된 이 시대를 말했으며 ⓸반드시 재능과 능력에 따라 인재를 선발하라. ⓹잘못을 간하는 사람을 존중하라. ⓺기강과 언로, 도리, 국력을 다시 세워라. 그리고 ⓻임금의 잘못이 곧 국가의 병이라고 결론을 내리면서 ⓼비위를 맞추려는 간사한 자를 물리치라고 간했다.
임숙영의 답변에는 그 시대의 권력 앞에서 해서는 안되는 금기어를 쏟아냈다.
임금을 극렬히 비판했고 임금은 격노했다. 기어이 삭과논쟁 (급제자에서 이름을 삭제하는 것)이 벌어졌다. 이 사건으로 임숙영을 장원으로 급제시키려 했던 시관 심희수는 벼슬을 내려놓았고, 권필은 궁궐의 버드나무(궁류청청시)라는 시를 지은 것이 빌미가 되어 죽임을 당했다.
최근에 나라를 위해 일하겠다는 국무위원들의 청문회를 가끔 시청하게 된다. 이 책의 독자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 이 책에서는 13개를 묻고 답하고 대책을 논했다. 이 책문은 오래전 조선의 책문이 아니다. “오늘의 시대를 묻는 절박한 책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