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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용수 Sep 25. 2024

걱정할 자체가 없다(2)

◎ 유용수 :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감정은 어떤 방식으로든 분출하려는 강한 욕구에 사로잡힙니다. 이러한 감정을 억누름이 지속되면 멍이 들고 썩어 곪아 터져 우울증이 되고, 번-아웃이 되고, 개인과 단체, 더 나아가 사회에 회복할 수 없는 사고로 터져 나옵니다.

  지금은 감정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 자신이 서 있고, 흔히들 이야기하는 출발선이 다르다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사회에 분노하게 되고, 자신감은 떨어지고, 분노는 끓어오르는데 다독여주는 사람은 없고 분출할만한 곳이 없습니다. 몇 해 전 《넛지 Nudge》 (리더스북. 2009)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넛지라는 뜻이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라는 뜻인데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말하고 있습니다. 더 나은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자유주의적 개입주의 바탕을 두고 있다고 말합니다. 선택을 금지하거나 경제적 인센티브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킨다는 겁니다. 

  문득 이 책이 생각나는 것은 ‘묻지 마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되어 사회를 발칵 뒤집히곤 합니다. 종교란 무엇입니까? 우리의 경험이나 능력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초월적인 절대자를 믿고 의지함으로써 현실 세계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에서 벗어나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얻고자 하는 것이 종교 아니겠습니까? 그러기에 종교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공통된 가치와 신념을 제시하고 있으므로 조금은 거창할지 모르지만, 종교가 오늘날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를 넛지가 말하듯이 팔꿈치로 슬쩍 흔들어 새로운 가치를 적극적으로 제시해 보았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 스님 :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을 공평하게 나누어 주는 제도는 없습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앞서가는 사람과 뒤따라가는 사람, 지배 계급이 있으면 피지배 계급이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또한 경쟁에서 아예 포기하고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가끔 젊은 친구들이 법당에 들어와 기도하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할 수도 없고, 하지 않습니다. 그분들의 몸짓에는 이미 간절함이 있습니다. 인간이 몸으로 표현하는 언어야말로 영혼을 쏟아내는 가장 간절한 언어라고 합니다. 힘들다는 것을 그냥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분들은 법당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위로받고 용기를 얻습니다. 뒤처진 자신을 잘 다스리고, 지금 내 위치가 어디인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분들입니다.      

  법당에 들어와 부처님께 기도하는 것 같지만 그분들은 자신과 대면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자신을 잘 다독입니다. 내 안에 어둠과 빛을 구분하면 “간절한 감정이 표출”됩니다. 그렇지 않고 포기하거나 자책하는 사람은 감정이 쌓여 우울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번-아웃 증후군(Bum-out Syndrome) 상태가 되어 술로 해결하려 하고, 뭔가 자극이 있어야 울분이 풀리는 사람이 되다 보니 무리한 행동으로 옮겨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을 이기는 것이 남을 이기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감정을 끄집어내어 자신을 이겨내야 합니다.

   또한 오늘날 사회를 유 작가께서는 철학이 빈곤하다고 하셨는데 꼭 그렇지만 않은 것 같습니다. 물질에 매몰되다 보니 그렇게 보일 수 있으나 개개인의 삶을 면면히 들여다보면,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삶에 옳고 그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불교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급하지 않게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서 사회가 안고 있는 병폐를 공감하는 올바른 수행자들이 많아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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