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용수 : 스님께서 기도라는 말씀을 하셔서 기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그랙 브레이든’은 《잃어버린 기도의 비밀》(김영사. 2021)이라는 책 서두에 “기도는 신과 천사의 언어이다. 또한 지혜와 아름다움, 은총으로 삶의 고통을 치유하도록 부여받은 언어이기도 하다.”라고 말합니다. 기도는 감정의 언어로 기도해야 한다고 합니다. 신의 마음을 이해하는 언어는 감정이라고 합니다. 또한 “기도가 반드시 우리에게 맞게 상황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에 알맞게 우리를 변화시키는 것 또한 확실하다.”라고 합니다. 저는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기도가 필요하다.라고 생각합니다. 기도는 “나를 낮추는 행위”이니까요.
◇ 스님 : 기도란 일반적으로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느낄 때 절대자에게 의지하여 이루어 내려는 간절함을 말합니다. 또한 기도는 삶을 재충전하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기도를 꼭 언어로 토해내야 한다는 것도 없습니다. 무릎 꿇고 앉아 일어난 행위를
반성하고 비워내는 것도 기도입니다. 기도는 나를 낮추는 행위이고 생각을 털어놓는 것이지요. 그리고 자신을 들여다보며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것이 기도입니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묻고, 나는 지금 어떤 위치에서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가를 묻습니다. 기독교에서는 기도는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 명령이라고 합니다. 언어만이 아니라 삶이라고 합니다. 기독교의 기도는 이벤트가 아니라 호흡처럼 쉬지 말고 항상 행해야 하는 거의 생존의 개념과 밀착된다고 봐야 합니다. 프랑스 종교개혁가 칼빈은 “기도는 존재의 확인이며, 본래의 창조적 질서에 머무는 은총의 수단”
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기독교에서는 ‘기도하는 자녀는 결코 망하지 않는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축복을 위해 기도하라고 말합니다.
기도는 자신을 정화하는 행동입니다. 잡념을 붙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간절한 마음이 일어나야 합니다. 자신을 낱낱이 드러내야 합니다. 기도는 치유입니다. 티베트 어느 스님은 “기도는 감정으로 드리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기도하지 않는 삶은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하루를 시작할 때 원하는 것을 이루겠다 서원하고, 하루를 마무리할 때 오늘의 행동에 대해 옳고 그름을 묻는 것이야말로 나를 성찰하게 하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불교의 기도는 관음기도, 약사기도, 지장기도, 칠성기도, 참회기도 등 많은 기도의 종류가 있습니다. 허물이 있으면 참회하고, 잘못된 일이 있으면 부끄러워할 줄 알고 뉘우치는 것이 기도입니다.
또한 불교의 기도는 다른 종교와는 조금 다릅니다. 다른 종교는 절대자의 힘을 빌려 소원이 이루어지도록 해 달라는 간절함입니다. 그러나 불교에서 기도는 일체중생들이 어리석은 마음을 떨쳐버리고 하루속히 지혜의 눈이 열리도록 부처님께 청하는 의식입니다. 깨달음을 성취하여 이웃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회향하겠다는 서원의 뜻입니다. 또한 소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결심을 절대자에게 명세하는 행위가 불교의 기도입니다. 이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서원이고 다른 종교와 다른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