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 적 이야기
내 나이 다섯 살
누나가 쓰던 크레파스로 벽에 난리를 쳐놨을 때
어머니는 내가 '처음 그림을 그렸다'며 칭찬해주셨다.
이윽고 다른 쪽 벽면에 전지를 발라주시곤 맘껏 그려보라 하셔서 이것 저것 그리면 같이 따라 그려주셨던 기억이 난다.
그때 미술학원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고, 얼마 뒤 동네 미술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학생 정도 되었으려나?
젊은 선생님이 첫날은 자유주제라며 그리고 싶은 걸 그려보라 했었다.
난 그날 아침 'TV 유치원 하나둘셋'에서 봤던 걸 기억해 동그라미로 토끼를, 네모와 세모를 이용해 집을 그렸는데
선생님이 선 몇 개를 추가해 입체감 있는 건물로 바꾸자 뒤통수 한대 맞은 듯 충격을 받았었다.
하루는 '동물원 그리기'를 하던 날 기린 두 마리를 그렸는데, 목이 너무 길어서 스케치북에는 머리를 그리지 못 했다.
이를 본 원장 선생님은 내가 그리기에는 8절지가
작다며 앞으론 4절지 스케치북에 그리라고 하셨고 난 다음날 들기에도 버거운 스케치북을 가지고 왔다.
두 배 넓어진 세상에 얼마나 신나했던지
크레파스는 쭉쭉 미끄러졌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잘 그리진 못해도 그림을 두려워하지 않는 건, 그림만큼은 오냐오냐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며 컸던 이유가 아닐까 싶다.
만약 그때 '이건 잘못된 것이다' 혼났더라면 지금은 그냥 일기만 쓰고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