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림일기

잘못한 적 없다

내 어릴 적 이야기

by one
001.jpg

내 나이 다섯 살
누나가 쓰던 크레파스로 벽에 난리를 쳐놨을 때

어머니는 내가 '처음 그림을 그렸다'며 칭찬해주셨다.


이윽고 다른 쪽 벽면에 전지를 발라주시곤 맘껏 그려보라 하셔서 이것 저것 그리면 같이 따라 그려주셨던 기억이 난다.


002.jpg

그때 미술학원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고, 얼마 뒤 동네 미술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003.jpg

지금 생각해보면 대학생 정도 되었으려나?
젊은 선생님이 첫날은 자유주제라며 그리고 싶은 걸 그려보라 했었다.


난 그날 아침 'TV 유치원 하나둘셋'에서 봤던 걸 기억해 동그라미로 토끼를, 네모와 세모를 이용해 집을 그렸는데

004.jpg

선생님이 선 몇 개를 추가해 입체감 있는 건물로 바꾸자 뒤통수 한대 맞은 듯 충격을 받았었다.



하루는 '동물원 그리기'를 하던 날 기린 두 마리를 그렸는데, 목이 너무 길어서 스케치북에는 머리를 그리지 못 했다.

005.jpg

이를 본 원장 선생님은 내가 그리기에는 8절지가
작다며 앞으론 4절지 스케치북에 그리라고 하셨고 난 다음날 들기에도 버거운 스케치북을 가지고 왔다.



006.jpg







007.jpg

두 배 넓어진 세상에 얼마나 신나했던지
크레파스는 쭉쭉 미끄러졌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잘 그리진 못해도 그림을 두려워하지 않는 건, 그림만큼은 오냐오냐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며 컸던 이유가 아닐까 싶다.


만약 그때 '이건 잘못된 것이다' 혼났더라면 지금은 그냥 일기만 쓰고 있지 않았을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골목길 변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