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디에즈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기획된 이 전시는 가장 크루즈 디에즈의 작품을 많이 가지고 있는 파리 퐁피두 센터에서 소장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크루즈 디에즈는 사람이 빛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한 고찰을 통해 작품들을 설계했다. 미술작품이기보다 과학전시회에 온 기분이 들었다.
들어가면 처음 보이는 작품은 색 포화이다. 3개로 구분되어 있는 방은 초록, 빨강, 파랑, 즉 빛의 3 원색이 강하게 비추고 있다. 인간의 망막은 태양광처럼 자연에 존재하는 광범위한 파장을 인식하기 위해 설계되어 있어 특정한 파장이 강하게 들어오면 그 파장을 덜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그러면 방이 흰색으로 인식되는 순간이 온다고 한다. 나는 라식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계속 눈을 비벼서 그런지 그러한 체험은 아쉽지만 못했다.
그 뒤엔 여러 '평면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빛의 3 원색으로만 구성된 발광체들이 빛을 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눈은 색상이 섞여서 보인다. 분명 가까이 보면 하나하나의 색으로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주황, 분홍, 하늘색, 흰색 등 새로운 색상들이 나온다.
색 간섭 환경도 흥미로웠다. 이 검정 선은 주변에 무지개 색으로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미세하게 사선으로 되어 있어 막는 색이 바뀜으로써 우리는 다양한 색상으로 느끼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또 다른 방이 있었는데 막 어지럽게 다양한 색상이 반복된다. 그렇게 되면 흰색 피사체들의 색상이 바뀌어 인식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마지막은 색채 경험 프로그램으로 내가 작품을 비슷하게 만들면서 착시를 경험할 수 있다. 인간의 눈은 과연 사실대로 보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 여러 작품들로 스스로 증명할 수 있어 좋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