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을 참기름에 볶지 않고 만드는 미역국 레시피

이제 참기름 없이 끓이세요

by 하루의 한 접시

솔직히 한동안 미역국이 질렸다. 생일마다 형식처럼 끓여내는 국. 멀건 국물에 기름만 둥둥 뜨고, 비릿한 향이 감도는 그 국을 먹을 때마다 왜 꼭 이걸 먹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문득, 이 국도 다르게 끓이면 달라지지 않을까 궁금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느 날 문득 그 미역국이 다시 궁금해졌다. 조금 다른 방식으로 끓이면, 이 국도 맛있어질 수 있을까?


seaweed-soup-1.png 미역에 미림 / 푸드월드


가장 먼저 참기름을 뺐다. 익숙했던 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났다. 대신 미역을 미림에 조물조물 씻었다. 단순한 물세척으로는 잡히지 않던 비린내가 확 줄었다.

미림 속 알코올이 냄새를 중화해준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seaweed-soup-2.png 손질된 고기에 설탕 / 푸드월드


고기도 새롭게 손질했다. 물에 담가두고 미림과 설탕을 약간 넣었더니 핏물도 잘 빠지고 잡내도 덜했다. 나중에 국물에 은은한 단맛이 감도는 것도 이 덕분이었다.


기름은 따로 쓰지 않았다. 팬에 고기를 먼저 볶으면 고기 자체에서 기름이 나오는데, 이걸로 충분했다. 참기름 특유의 무거운 향 대신 고소하고 깔끔한 풍미가 남았다. 여기에 마늘만 살짝 더했다.


seaweed-soup-3.png 국간장으로 미역국 간 하기 / 푸드월드


간은 단순하게, 국간장과 소금으로만. 간장은 감칠맛만 살릴 정도로 아주 약간. 결국 전체 간은 소금이 잡았다. 투명한 국물은 맑고 담백했고, 처음으로 미역국이 가볍고 맛있다고 느꼈다.


불 조절도 중요했다. 센 불은 금물. 중약불에서 20분 정도 은근히 끓였다. 중간에 물을 한 번 더 붓고 마지막 간을 조절하니 지나치게 짜지도 않고 국물 맛도 정돈됐다.


seaweed-soup-4.png 완성된 미역국 / 푸드월드


그날, 처음으로 미역국을 밥 말아 싹 비웠다. 국물 한 방울도 남기기 싫었다. 참기름 없이도, 오히려 참기름이 없기에 더 맛있었던 국. 가장 단순한 재료로도 이렇게 깊은 맛이 날 수 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요리는 때로 뭔가를 더하기보다 덜어내는 일인지 모른다. 미역국 하나로, 그걸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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