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참기름 없이 끓이세요
솔직히 한동안 미역국이 질렸다. 생일마다 형식처럼 끓여내는 국. 멀건 국물에 기름만 둥둥 뜨고, 비릿한 향이 감도는 그 국을 먹을 때마다 왜 꼭 이걸 먹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문득, 이 국도 다르게 끓이면 달라지지 않을까 궁금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느 날 문득 그 미역국이 다시 궁금해졌다. 조금 다른 방식으로 끓이면, 이 국도 맛있어질 수 있을까?
가장 먼저 참기름을 뺐다. 익숙했던 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났다. 대신 미역을 미림에 조물조물 씻었다. 단순한 물세척으로는 잡히지 않던 비린내가 확 줄었다.
미림 속 알코올이 냄새를 중화해준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고기도 새롭게 손질했다. 물에 담가두고 미림과 설탕을 약간 넣었더니 핏물도 잘 빠지고 잡내도 덜했다. 나중에 국물에 은은한 단맛이 감도는 것도 이 덕분이었다.
기름은 따로 쓰지 않았다. 팬에 고기를 먼저 볶으면 고기 자체에서 기름이 나오는데, 이걸로 충분했다. 참기름 특유의 무거운 향 대신 고소하고 깔끔한 풍미가 남았다. 여기에 마늘만 살짝 더했다.
간은 단순하게, 국간장과 소금으로만. 간장은 감칠맛만 살릴 정도로 아주 약간. 결국 전체 간은 소금이 잡았다. 투명한 국물은 맑고 담백했고, 처음으로 미역국이 가볍고 맛있다고 느꼈다.
불 조절도 중요했다. 센 불은 금물. 중약불에서 20분 정도 은근히 끓였다. 중간에 물을 한 번 더 붓고 마지막 간을 조절하니 지나치게 짜지도 않고 국물 맛도 정돈됐다.
그날, 처음으로 미역국을 밥 말아 싹 비웠다. 국물 한 방울도 남기기 싫었다. 참기름 없이도, 오히려 참기름이 없기에 더 맛있었던 국. 가장 단순한 재료로도 이렇게 깊은 맛이 날 수 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요리는 때로 뭔가를 더하기보다 덜어내는 일인지 모른다. 미역국 하나로, 그걸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