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과일의 재발견, '참외 장아찌'
여름마다 참외를 사다 놓고는 결국 몇 개씩 썩혀 버렸다. 매번 아깝다 생각하면서도 마땅한 활용법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참외 장아찌를 담가봤다. 의외로 잘 어울렸다.
짜지 않고 아삭해서 자꾸 손이 가고, 냉장고에 두면 1년 넘게도 먹을 수 있다.
무조건 씨부터 파내야 한다. 수분 많은 씨를 그대로 두면 국물이 탁해지고 금세 쉬어버린다. 티스푼으로 속을 긁고 과육은 먹기 좋게 썰어준다. 너무 작으면 흐물거리고, 크면 간이 안 밴다.
절임은 천일염과 물엿이 핵심이다. 소금은 기본 절임 역할, 물엿은 수분을 빼면서 식감을 단단하게 만든다. 하루 정도 실온에 두면 단맛도 응축된다.
간장 국물은 진간장에 식초, 매실청, 소주를 섞어 만든다. 식초는 산뜻함을, 매실청은 단맛과 잡내 제거를, 소주는 살균을 맡는다. 이 네 가지 비율만 잘 맞추면 깊고 깔끔한 맛이 나온다.
냉장 보관하면 이틀 후부터 먹을 수 있지만, 5일쯤 지나야 간이 제대로 배고 꼬들한 식감이 산다. 밀폐만 잘하면 1년은 거뜬하다. 썩히던 참외 하나가 오히려 가장 오래 남는 반찬이 됐다.
이제는 참외가 남으면 버릴 걱정이 없다. 오히려 일부러 더 사두고 싶을 정도다. 여름에만 먹던 과일이 사계절 반찬이 되는 순간, 주방의 세계가 조금 넓어지는 기분이 든다. 별거 아닌 듯한 장아찌 하나가 식탁에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