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비비안 마이어, 그녀의 사진이 세상에 나오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습니다. 영화의 감독인 ‘존 말루프’가 동네 경매장에서 우연히 15만 장이나 되는 네거티브 필름이 든 박스를 단 돈 380달러에 구입하게 되며, 누구에게도 자신의 사진을 공개하지 않은 미스터리 한 인물 ‘비비안 마이어’의 생애를 더듬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를 오늘 일일영감의 잡담에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2013, 존 말루프)
감독이 필름에 대해 아는 정보라고는 경매소에서 알려 준 사진을 찍은 사람의 이름이 ‘비비안 마이어’라는 것뿐이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아무런 정보가 나오지 않자 그는 필름 일부를 스캔한 뒤 자신의 SNS에 올렸고,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정사각형 프레임으로 사진을 찍어 올리는 수많은 네티즌들은 그녀의 사진에 열광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생전에 남들에게 자신을 공개하는 것을 극도로 꺼린 비비안 마이어. 그녀가 죽은 뒤 약 77년 되지 않아 전 세계 전시 열풍을 일으키며 매스컴의 집중 조명까지 받고 있다. 생전 그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인터뷰를 통해 분명 자기를 향한, 자기의 자식과 같은 사진들에 대한 세상의 관심을 원치 않았을 거라고한다. 영화의 중반부 감독은 그녀를 세상 밖으로 점점 꺼내놓으며 “조금 편치 않고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드러나지 않고 싶은 사람의 작업을 드러낸다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한 예술가를 발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감독의 생각 속에 영화는 새로운 국면이 들어선다. 바로, 마이어의 고향에서 자신의 사진에 관한 생각이 담긴 그녀의 편지를 발견한 것. 그녀는 사진관에 자신의 필름과 “제 생각이 어떤지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는 글이 담긴 편지 한통과 함께.
그녀의 시선에는 1950-60 년대 뉴욕 거리의 모습과 생동감 넘치는 사람들로 그 시절 삶의 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사진 찍기’를 멈추지 않았던 비비안 마이어. 어느 정도 자유가 주어지는 ‘유모’라는 직업을 선택했던 그녀는, 혼자 카메라만 하나로 세계여행을 떠나기도 했던 그녀는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 간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가는 여자였다.
다큐멘터리의 가장 기본이 되는 사실에 대한 ‘기록’과 어느 순간을 ‘기록’하는 사진의 만남, 그리고 '비비안 마이어'라는 예술가를 최초로 ‘발견’한 감독의 참여 다큐멘터리 연출이 이 작품을 보다 가치있게 바라보는 이유이다.
글_ 황자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