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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새싹

신발장

by 어느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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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운 마음을 추스르려 잠시 바람을 쐬어 보기로 합니다

밖으로 나서기 위해 현관으로 향합니다

신을 신고 나서려는데..

신발 한 짝이 보이질 않습니다

아무렇게나 놓여진 신발들 탓입니다


서로의 짝을 찾으려는 기미도

서로의 짝을 찾아 주기도 어려워 보이는

이 어질러진 신발장이..

잠깐의 바람으로 추슬러 보려던 내 마음 같아 보입니다


누가 벗어 놓은 신발인지..

어떤 이가 놓고 간 신발인지..

무엇을 위해 허둥지둥 들어왔다..

무엇이 그리 아쉬워 버선발로 나갔는지..

많은 신발들이 뒤엉켜 있습니다


어질러진 신발장엔

어지러운 마음 속엔

내 것만 있던 게 아니었나 봅니다

그래서 더 어지럽고.. 정리하기 어려웠는지도 모릅니다



어질러진 신발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어지러운 마음도 하나하나 추슬러 봅니다


흩어진 짝을 찾아 온전한 하나를 만든 다음

신발은 신발장 속으로.. 마음은 추억 속으로..

차곡차곡 집어 넣습니다


그리고..

편한 신발 한 켤레만 가지런히 꺼내어 놓습니다

가지런한 모습에서 여유로움이 느껴질 수 있도록..

세상으로의 드나듦이 자유로울 수 있도록..


내 마음의 잔잔함을 우선하는 마음 하나만 꺼내어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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