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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새싹

흐린 뒤 맑음

by 어느좋은날
182-흐린 뒤 맑음.jpg








평상시에는 잘 느끼지 못하는

해가 가져다 주는 신비함을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어쩌다 떠진 눈으로 들어오는 동틀녘의 순간과

잠시 기지개를 펴 볼 요량으로 일어선 창가에 잠시 머문 저녁 놀의 순간..

마음을 정리한다는 이유로 찾은 수평선에서 만난 해넘이와 해돋이의 순간과

삶처럼 빠르게 흐르는 도로 위 차 속에서 그에 맞추어 따라오는 햇살의 순간들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어느 해보다 신비하게 여겨지는..

비가 그친 뒤, 흐린 하늘 사이로 찬란한 햇살을 조금씩 내미는 순간을 마주하노라면..

지친 삶 가운데서 희망을 본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더불어 그 신비함은..


흐린 하늘이 찬란한 해와 맑은 하늘을 잠시 가리웠을 뿐이라는 걸 알면서도

비가 내리기 전에는.. 흐려지기 전에는..

왜 그 찬란함과 맑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는지에 대한 생각도 던져주고


흐린 하늘 사이로 조금씩 보이는 햇살처럼..

어쩌면.. 우리가 늘 찾아 헤매이는 희망이란 녀석은..

가히 엄청나고 귀한 그런 것이 아니라

지쳐가는 삶 가운데서 바라게 되는

지쳐가기 이전의 평범한 삶이 아닐는지..

하는 생각도 들게 해줍니다



오늘도 한바탕 비가 내리다 그쳤고,

아직 무채색의 흐린 하늘만이 남아있습니다

잠시 멈추어 그런 하늘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기다립니다


흐린 하늘 사이로 햇살이 찬란함을 조금씩 내밀어 주기를..

흐린 뒤 맑음이 찾아와 주기를..


하여..

삶의 신비함도 느껴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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