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생각새싹

바람이 분다

by 어느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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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리조나 주 사막에 있는 바이오스피어2 라고 불리는

3700여 평의 크기의 유리로 된 건물에서는 여러 생태계 실험이 진행됬습니다

바람이 불지 않는 이 커다랗고 투명한 인공 생태계 실험장에서는

여러 그루의 나무들이 정상적인 속도보다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커버린 나무는 자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져버렸고

그 이유를 찾던 연구원들은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나무가 튼튼하게 성장하려면 바람의 압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바람이 부는 날들이 있습니다

잔잔한 일상에.. 잔잔해졌으면 하는 하루에..

잠시만이라도 잠잠했으면 하는 오늘에..

바람이 부는 날들이 있습니다


이 바람은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약하게,

때로는 저 멀리에서, 때로는 내 안에서 쉼 없이 불어옵니다


그렇게 쉼 없이 부는 바람은

풍요롭다 여겨지던 내 삶의 잎새들을 하나 둘 데려가 버리고

앙상한 가지만 내 곁에 남겨 놓았습니다

그런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내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고

여전히 풍요로운 잎새들에 둘러 쌓여 살고 있었다면

아마 가지마저 얼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싶을 만큼의 차가운 바람이었습니다


차가운 바람은 무사히 지나갔고

언제 그랬었냐는 듯 바람은 다시 따스함을 품은 채 불어옵니다


그 따스한 바람을 머금고

새로운 잎새들이 하나 둘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오래지 않아 내 삶의 잎새들은 다시금 풍요롭다 여겨지겠지요


불지 말았으면 했던.. 그 바람 부는 날들 덕에..



바람이 붑니다

잔잔한 일상에.. 잔잔해졌으면 하는 하루에..

잠시만이라도 잠잠했으면 하는 오늘에..

그렇기에 더 불어야 한다는 듯..


바람이 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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