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위에 서 있습니다
한쪽은 세상이 가라 하는 길이고
다른 한쪽은 마음이 좀 더 기우는 가고 싶은 길입니다
어느 길로 걸어야 할는지를
이 갈림길 앞에 다다르기 전부터 계속 고민해 왔지만
막상 갈림길을 마주하고 나니 생각해오던 것보다 더 망설여집니다
망설임 없이 마음이 기우는 쪽으로 걸을 수 있다면야 참 좋겠지만
가고 싶은 길 보다는 가라 하는 길의 내일이 보다 안정적이기에
망설여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더러 가고 싶은 길과 가라 하는 길의 방향이 같아
주저 없이 앞서 가는 이들이 있긴 하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기에
그렇지 않은 이들이 훨씬 많기에
이런 망설임을 나만 겪는 건 아니리란 생각으로 작은 위안을 삼아 봅니다
망설임의 모래시계가 마지막 모래 알갱이를 떨어뜨리고
이제는 한쪽으로 걸어야 할 시간이 다가옵니다
여전히 마음이 기우는 쪽은 가고 싶은 길이나
마음과는 달리 가라 하는 길 쪽으로 걷기로 합니다
세상에 녹아 들어 살아가기에 필요한 건
모험보단 안정된 삶이어서
원하는 것보단 필요한 것들이어서
먼 꿈보단 가까운 현실이어서 말이죠
멀어져 가는 다른 쪽 길에 대한 미련이
자꾸만 지금의 걸음을 붙드는 것 같아
마음에서 지우기로 합니다
그런 길은 처음부터 없었던 길이었다고..
지나치긴 했으나 보지 못한 길이었다고..
가라 하는 길에 떠밀려 가리워진 길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