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간이 하나 있습니다
이 시간은 얼음사슬에 묶여 멈추어 있습니다
그대로 멈추어 있기에는 조금 안타깝다 여겨지지만
차가운 얼음사슬에 묶여 그대로 멈춘 채
우리가 사는 시간과 점점 멀어져 가는 어떤 시간이 하나 있습니다
대부분의 우리는 이와 같이 멈춘 시간을 하나씩은 지니고 있습니다
생각지 못하게 건네 받은 아픈 말들의 순간을
생각했음에도 참 아프게 건네진 행동들의 순간을
자신도 모르게 얼음사슬을 꺼내 그 순간을 묶어 멈추어 놓습니다
그렇게 내 것이 되어 버린 시간은
훗날 성공하여 똑같이 되갚아주기 위한 표식이 되거나
마음 한 편에 오래 남아
멈춰진 그 시간과 마주할 때마다
그 순간의 자신으로 몇 번이고 돌아가 슬퍼지게도 화를 나게도 만들고는 합니다
그럴수록 그 시간을 묶은 얼음은 차가워져 가고, 사슬은 조여져 갑니다
얼어버린 시간 탓에
멀쩡했던 다른 마음들도 덩달아 따뜻함을 잃어가고
멈춰 놓은 시간 탓에
잘 나아가던 마음들도 자꾸만 머무르려 합니다
잊어버림이란 바람을 일어
용서라는 햇살을 쬐어
이 모든 걸 끝낼 수 있단 걸 알지만
알면서도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얼어있는 시간을 녹이는 것보단
얼어있는 시간 그대로 두는 게
당장의 마음에는 편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렇게 오늘을 살지만 어제를 쉬이 잊지 못하는
익숙한 우리네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동생의 원망이, 자신의 부족함이, 세상의 비난이 아프고 두려워
자신의 왕국과 자신의 마음까지 겨울로 만들어버린
상처받은 겨울왕국의 공주 엘사처럼
어떤 시간을.. 아픈 순간들을..
그대로 멈추고 얼려버린 우리도
어쩌면 그 순간만큼은 엘사였는지도 모른다고요
결국은 스스로를 용서함으로써
동생과의 관계도 세상의 비난마저도
겨울에서 봄으로 돌려놓은 겨울왕국의 공주처럼
우리 역시 얼려놓은 순간에서 스스로가 자유로워지는 것부터가
마음 한 편에 자리한 얼음사슬을 녹이고 풀어낼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요
어떤 시간이 하나 있습니다
이 시간은 얼음사슬에 묶여 멈추어 있습니다
그대로 내버려 두기에는 내 마음이 점점 무거워지리라 여겨지기에
차가운 얼음사슬을 조금씩 풀어내고
우리가 사는 시간에 서서히 녹여내어
따뜻함을 잃지 않고, 가능한 덜 돌아보려 하는
어떤 시간이 하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