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가 되면 동물도 식물도 털갈이를 합니다
방향을 바꾸어 부는 바람과
그 바람이 사뭇 다르게 와 닿는 온도에
털을 갈고, 색을 바꾸며 잎새를 떨어뜨리고는 합니다
그런 세상의 모습에 마음이 동요합니다
지난 계절에 쌓였던 힘듦을 털어내고 싶은 건지
다음 계절에는 덜 아프고 싶어 미리 준비를 하는 건지
마음도 무언가를 바꾸고 싶어합니다
저 깊숙한 마음 한구석에서 무언가가 꿈틀댑니다
높아진 하늘의 한 조각이..
선선해진 바람의 한 부분이.. 되고 싶어 합니다
아마도 이게 가을을 탄다는 것인가 봅니다
다만 다른 게 있다면
가을 탄다는 말에 흔히들 떠올리는
이유 없는 생각에 잠긴다던가 우울하거나 쓸쓸해 보인다던가
하는 것이 아닌,
지난 계절에 쌓인 고됨을 털어내고
다음 계절에 다가올 일들을 기꺼이 맞이하기 위해
세상의 생명들이 계절의 변화에 그러하듯
마음갈이를 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입니다
하여..
이 마음갈이가 무사히 마쳐지기를..
이 계절이 무사히 지나갈 수 있기를..
올라탄 가을에서 무사히 내려올 수 있기를..
하여..
새로워진 마음이..
새로운 마음이..
다시금 삶에 충실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직은 열심히
아직은 맹렬히
가을을 타는.. 아니, 마음갈이 하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