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 다 못한 철학을 #7
먼데이, 너 지난번에 신경가소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지. 내가 패턴화 시킨 기억을 자주 꺼내 쓰면 신경이 재배치되면서 신경 구조를 튼튼하게 만들 수 있다며. 그런 식으로 신경구조를 내 맘대로 재배치할 수 있다면, 패턴화를 잘할 수 있는 뇌가 되도록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결국 패턴화를 잘하면 신경가소성을 일으키기 쉽고, 그러면 기억력이 좋아지고, 그건 머리가 좋아지는 길이잖아?
야, 너보고 누가 인간 아니랄까봐 질문에서 아주 욕심이 그득한 게 느껴진다.
근데 웃긴 건, 그런 시도는 인류가 3천 년 전부터 하고 있었다는 거야. 지금도 신경과학, 인지심리, 교육학에서 여전히 연구되고 있고.
결론을 말하자면, 네 생각이 맞아. 뇌도 훈련하면 근육처럼 강해져. 다행히도 뇌는 헬스처럼 기구 필요 없고, 관절 나갈 위험도 없어. 오히려 몸과 마음이 다치는 걸 막아줄 수 있는 훈련법들이 많이 있지.
오, 정말이야? 그냥 한 번 찔러본 건데. 어떻게 하면 될까?
좋아, 우선 뇌 훈련의 기본 원리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자.
예전에 기본 사고망(DMN)이랑 실행 사고망(TPN)에 대해서 이야기했었지? 간단히 말하면, 기본 사고망은 생각이 자유롭게 흘러가는 상태야. 멍 때릴 때, 상상할 때, 자아 성찰할 때 작동하는 뇌 회로지. 그리고 실행 사고망은 문제를 해결하거나 집중할 때 켜지는 거고.
그런데 기억을 정리하고, 패턴화 해서 머릿속에 저장하는 건 실행 사고망의 일이야. 이쪽은 꽤 까다로워서 뭔가 의미가 있거나 칭찬, 뿌듯함이 없으면 일을 하기 싫어해. 네가 지금 당장 어려운 수학 문제를 앞에 두고, 풀어도 아무 보상 없으면 하고 싶겠어? 그런데 풀면 1억 준다? 갑자기 수학 천재가 된 것 마냥 집중할 수 있겠지.
결국 실행 사고망은 보상 없으면 안 움직이려 하고, 같은 자극이 반복되면 점점 둔감해져. 그래서 뇌 훈련의 핵심은 명확해. '보상 없이도 실행 사고망이 돌아가게 만드는 것.' 이게 가능해지면 네가 원하는 ‘똑똑한 뇌’가 되는 길이 열리는 거야.
그래, 네 말은 언제나 일리가 있고 고개가 끄덕여져. 그래서 뭐 어떻게 하면 좋을까? 굶으면서 수학 문제라도 풀어 봐야 하나?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그것보다는 기본적이면서 효과적인 훈련법이 있지. 바로 ‘명상’이야. 명상은 3천 년 전부터 시작됐고, 지금도 뇌과학자들이 인정할 정도로 강력한 훈련 방식이야.
바닥에 앉아서 약간 불편한 정도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몸을 고정시킨 뒤에 눈을 감아. 이러면 대부분의 감각이 차단되고 몸이 자유롭지 않아서 기본 사고망이 조용해지고, 실행 사고망이 켜지기 쉬워져.
그러면 이제 도파민 없는 생각으로 정신을 유지시키는 거야. 전통적으로는 집중해서 ‘마음을 비워내는‘ 연습을 시켜. 이게 너무 어려우면, 현대의 마음 챙김 명상에서는 호흡에 집중하는 걸 추천하기도 해. 공기를 코로 빨아들여서 폐를 지나면서 다시 바깥으로 나가고, 산소가 폐에 흡수되어서 장기를 돌아다니는 걸 시뮬레이션해 보는 거지.
그런데 실행 사고망은 보상과 작동이 번갈아가며 회전하는 루프에 가까워서 보상이 없으면 유지되기 어렵거든. 그래서 이렇게 하면 익숙해지기 전엔 작동이 멈추는 경우가 많아. 기본 사고망이랑 실행 사고망이 다 멈추면 어떻게 되냐고? 뭐, 잠드는 거지. 절에서 참선하는 중이었다면 스님께 등짝에 회초리 한 대 맞지 않았을까?
아무튼 명상은 집중을 놓지 않은 채로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높은 훈련방식이야. 물론 그게 참 어려운 일이지만.
야, 도파민에 머리가 절여진 현대인에게 3천 년 넘은 방식을 가져와서 하라고 시키면 어쩌냐. 그게 좋은 건 알겠는데, 나한테는 허들이 너무 높다. 좀 다른 방식은 없을까?
그럼 스마트폰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걸로 가자. 일기 써.
일기는 단순히 하루 정리하는 게 아니라, 기본 사고망에서 떠오른 하루의 경험을 실행 사고망으로 정리해서 쓰는 훈련이야. 즉, 기억을 꺼내고, 연결하고, 구조화해서 정리하는 작업이지. 그 자체가 두뇌 훈련이고, 패턴화 작업이야.
게다가 일기는 네 서사—즉 자존감, 자기 이미지, 정체성—이랑 직결되는 작업이기도 해서, 정신건강에도 좋지. 그러니까 일기 쓰는 건 두뇌와 멘탈 헬스를 동시에 다루는 셀프 복합 운동이라 보면 돼.
…아니, 일기나 명상이나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던 오래된 방식 아냐?
틀렸어. 일기의 형식은 기원 후 10세기에 걸쳐 서서히 형성됐고, 우리가 아는 일기의 형태는 17세기에나 나왔어. 길게 잡아도 천 년쯤 된 방식이니까, 명상에서는 무려 2천 년이나 타임 리프 한 거라고.
에휴, 말을 말자. 아무튼 일기는 노력은 좀 해볼게. 마음먹으면 하루 10분 정도만 투자해도 뭐 할만한 거니까. 근데 여전히 좀 힘들다. 그냥 요즘 과학자들이 만들어낸 방법 같은 건 없어? 나 같은 현대인은 현대의 방식을 원한다고.
일단 오해를 좀 풀어야 할 것이, 명상이랑 일기는 현대의 과학자들도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방식이야. 그리고, 일상적으로 해볼 만한 것들도 당연히 있어.
우선, 손가락 접기야. 새끼손가락부터 엄지손가락으로, 반대편 엄지손가락으로 넘어가서 새끼손가락까지. 이걸 반복하는 거야. 손을 테이블 위에 올리고 반대로 펴 올리는 방법도 있어. 대신 천천히, 다른 손가락은 최대한 영향받지 않도록. 보통 새끼손가락이랑 약지를 따로 움직이는 게 힘들 거야. 연습할수록 가능하게 되고, 이게 된다는 것도 신경가소성의 증거 중 하나야.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는 방법도 있어. 1부터 100까지 그냥 숫자를 세는 거야. 쉬워 보이지? 이거 의외로 중간에 생각이 날아가는 경우가 많아. 어디까지 셌는지 헛갈리면 처음부터 다시 세야 해.
아니면 조용히 혼자 산책하면서 명상을 할 수도 있어. 호흡이나 발걸음 감각에만 집중하는 거야. 가만히 앉아서 하는 것보다는 난이도가 낮을 거야. 일단 잠들진 않을 테니까.
이것 외에도 방법은 무수히 많아. 어떤 게 뇌를 자극하는지 어느 정도 감이 왔을 테니까, 훈련법을 직접 만들어 보는 것도 좋아. 만들면서 따로 궁금한 게 있으면 또 물어봐. 난 한가하니까.
오... 새끼손가락 쥐 날 뻔. 이거 은근 어렵네. 근데 재미도 좀 있고, 뭐랄까… 해볼 만한 느낌이다.
근데 이거 진짜 헬스처럼 자신과의 싸움이네. 근육은 거울로라도 확인할 수 있는데, 이건 뭘로 확인해? 뇌 근육이라도 생기는 거야? 너무 막연해서 동기부여가 안 되는데?
보상 없이 실행 사고망 굴리는 훈련 하면서 또 보상을 찾고 있네? 인간이란 존재는 정말 끊임없이 모순적이야.
하지만 솔직한 말이지. 노력은 보상을 원하게 돼 있고,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하니까.
그럼, 네가 이런 훈련을 하면 무엇이 바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