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이 알려주는 ‘공부 잘하는 법’

회로인간 1 - 변화편 #9

by 한조각

지난 글에서는 우리 뇌의 회로를 덮어쓰는 신경가소성을 촉진시키기 위한 조건으로 복합 경험과 반복 경험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 편은 신경가소성을 촉진시키기 위한 마지막 조건으로서 주의 집중과 질 좋은 수면에 대해 알아보자.



주의 집중


같은 경험이라 해도 집중력이 높아진 상태에서의 경험은 신경가소성을 촉진시킬 수 있다. 주의 집중은 신경가소성의 효율을 높여주는 가속기지만, 고도의 집중이 가능해지려면 관련된 회로가 어느 정도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사람마다 경험과 재능,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누구나 의지만으로 어떤 일에든 집중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집중은 우리 뇌의 실행 사고망(TPN : Task-Positive Network)과 관련되어 있는데, 이 망은 처리와 도파민 보상의 반복으로 유지가 된다. 처리를 했는데 충분한 쾌감이 오지 않으면 파업을 하는 것이다. 자연적인 상황에서 쾌감이 오는 조건은 얼마 없는데, 쾌감이 약해지는 조건은 너무나도 많다. 그냥 피곤하거나 배가 고플 뿐이라도 약해진다. 그래서 집중이 유지되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특이한 상황에서 발생한다. 마약이나 도박같이 중독을 유발하는 행동은 작은 노력으로 큰 쾌감을 줘서 실행 사고망을 강렬하게 회전시키고, 그 작은 노력과 큰 쾌감을 신경가소성으로 강하게 연결한다.


한 번 이렇게 연결된 핫라인은 쾌감을 원할 때에 다시 발동되기 마련이다. 그렇게 다시 행동했을 때 기대했던 쾌감을 얻지 못하면 인지부조화에 빠져서 다시 그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행동에 필요한 노력에 비해 기대되는 쾌감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기대했던 높은 쾌감을 얻게 되면 그만큼의 쾌감이 다음번 행동의 기준선이 되어서 반복행동을 강화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꼭 마약과 도박에만 일어나지는 않는다. 워커 홀릭이라는 말이 있다. 일을 즐기는 사람들. 사람마다 쾌감의 감수성이 다르다. 술조차 호불호가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누군가는 도박에 빠질 때, 누군가는 쇠를 두드리는 망치질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쾌감 감수성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 조금 다르게 말하자면 재능의 영역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질 좋은 수면


사당오락이라는 오래된 농담이 있다. 다섯 시간 자면 시험에 떨어지고, 네 시간 자면 붙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농담을 아직도 진심으로 믿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 뇌는 낮 동안 신경가소성의 씨앗을 뿌린다. 그리고 잠에 들면 그 씨앗에 물을 주고, 필요 없는 가지를 치며 관리 작업을 한다.


즉, 낮에 지식을 머릿속에 넣었다면 밤에 충분히 자야 그 기억이 장기기억으로 정착하기 쉽다. 낮 동안의 경험과 학습은 일시적인 기억을 만들고, NREM 수면이 진행되는 동안 뇌는 회로를 실제로 강화하거나 약화한다. 이 메커니즘은 신경과학에서 수많은 연구로 검증된 결론이다. 실험에서도 같은 양을 학습했을 때, 충분히 잔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다음날 기억 성과가 20~40% 더 높게 나타난다는 결과가 보고되어 있다.


결국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밤샘’이 아니라 ‘숙면’이 답이다. 청소년은 최소 8시간, 성인은 최소 7시간 이상 자야 한다. 충분한 수면은 단순히 학습한 내용을 장기 기억으로 옮겨주는 데 그치지 않고, 뇌의 신경가소성을 촉진해 새로운 회로를 만들고 기존 회로를 정비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뇌과학이 말하는 ‘신경가소성 조건’을 나열해 보면, 거의 그대로 ‘과학적 공부법’이 된다. 패턴을 만들고, 감정을 흔들고, 복합 경험과 반복을 하고, 인지부조화를 피하고, 주의를 집중하고, 잠을 잘 자는 것. 결국 뇌가 새로운 회로를 깔아주는 방식이 ‘공부 잘하는 방법’이었던 셈이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