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니바퀴가 아닌 핀이 되기로 했다.

공무원을 그만두고 기술을 선택한 사람의 이야기

by 원폴

막상 공무원을 그만두었을 때,
경제적으로 준비된 상태가 아니었다.


결정을 앞두고 고민할 때
항상 기준으로 삼는 문장이 하나 있다.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면
하고 나서 후회하자.


나는 늘 이 기준에 따라 선택해 왔다.


퇴사를 결심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다가왔다.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갈 거야?
정말 행복해질 수 있겠지?


군 생활과 공무원 생활을 통틀어
15년이 넘는 시간을
전문적인 조직 안에서 보냈다.


한 분야에서 이미
만 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을 쌓았고,
내가 했던 일들을
누군가에게 비교적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하지만 내가 해왔던 일들을
사회에서 그대로 업으로 삼기에는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다시 물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경매·부동산업이었다.

하지만 여유 자금이 없는 나에게
그 길은 아직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뛰어들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많은 고민 끝에 나는 청소업을 선택했다.
그중에서도 아파트 유리창 청소였다.


처음 이 일을 접했을 때
나조차도 이런 업종이 있다는 게 생소했다.

직업을 소개하는 유튜브를 하며

인터뷰했던 분에게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아파트와 상가 유리창 청소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기술이 필요했고,
쉽게 접근하기 어려워 보였다.
어느 정도 진입장벽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청소 일은 나와 잘 맞았다.

스스로 청소 완료기준을 높게 설정하다 보니
의뢰를 주신 분들 대부분이 만족해 주셨고,

개업 후 3개월 만에
월 매출 550만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 한켠에 작은 의문들이 생겨났다.


왜 다음 주 일정이 비어 있을까?
이 일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나는 어떤 특별함을 가질 수 있을까?


그때 내 시선이 다른 곳을 향했다.


‘공구를 다루는 영역.’


유튜브 쇼츠와 블로그 글을 보고,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청소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관리 분야,
그쪽으로 가고 싶다는 사실을.


지금 돌이켜보면

확실히 청소보다

공사 쪽이 스펙트럼이 훨씬 넓다.
아니, 이 분야는 정말 무궁무진하다.


물론 청소 역시
분명한 기술직이다.
하지만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숙련자에게 교육을 받고
꼼꼼함과 손재주만 있다면
누구나 일정 수준까지는
도달할 수 있다는 점.


나 역시
3일간의 교육을 받고

바로 현장에 투입되어
수익을 만들 수 있었다.


이 점은 나에게 무기였지만,
동시에 나를 겨누는 무기이기도 했다.


나는 늘 생각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보다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싶다.


톱니바퀴가 아니라,
그 톱니바퀴를 고정하는 핀처럼.


대체 가능한 존재가 아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일,
로프 작업을 활용한

유리창 청소를 선택했고


그 길의 첫걸음으로
IRATA 로프 교육을 받기로 했다.


그리고 그 교육 자리에서
지금의 대표님을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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