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원은 아니겠지?

운은 움직이는 사람에게 다가온다.

by 원폴

톱니바퀴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이라타' 로프교육을 받던 기간,
쉬는 시간만 되면 한 사람이 유독 눈에 띄었다.


노트북을 펼쳐 놓고
쉬지 않고 이어지는 타자 소리,
틈틈이 들려오는 통화 음성.


“어? 안 돼. 그거 3,000 이하로는 안 돼.”


3,000?

3,000원은 아닐 테고,
설마 3,000만 원?


5일간의 교육 기간 중 마지막 테스트 날을 제외하고
그 사람은 4일 내내 같은 루틴을 반복했다.


600이었다가,
1,000이었다가,
350이었다가.


금액만 달라질 뿐
통화는 늘 비슷한 흐름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걸까?
단가 이야기를 하는 건가?
물건을 파는 사람일까?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나로서는
그 궁금증을 도저히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테스트를 하루 앞둔 날,
내일이면 모두 각자의 자리로 흩어질 터라
점심 식사 후 용기를 내 말을 걸었다.


“통화를 자주 하시던데,
어떤 일을 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저요?

빌딩을 관리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그럼… 대표님이신가요?”

치아가 살짝 보이는 환한 미소로
그는 짧게 대답했다.


“네.”


그 순간, 머릿속이 잠시 멈췄다.


“아까 통화하시면서 말씀하신 금액들이
꽤 커 보이던데…
다 견적 금액인가요?”

“네, 그렇죠.”


그 후로 우리는 각자의 이야기와
내일 있을 테스트에 대한
걱정 반, 설렘 반의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사실,
그가 ‘대표’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내 머릿속은 질문들로 가득 차 있었다.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그 질문들을 꾹꾹 눌러 담느라
솔직히 꽤 힘들었다.


유리창 청소 일을 하며
내가 받아본 가장 높은 일당은 65만 원이었다.


원래 견적은 60만 원이었는데,
의뢰해 주신 어르신이
우리 부부가 묵묵히 일하는 모습을 보시고
5만 원의 팁을 얹어 주셨다.


그게 내가 경험한
‘가장 큰 금액의 현장’이었다.


그런데
단가의 차원이 전혀 다른 세계에서
달리고 있는 사람을 직접 보게 되니
그 세계가 너무나 궁금해졌다.


그리고 다음 날,
아이라타 로프 자격증 시험을
1등으로 마무리하였다.


그리고

또 다른 시험준비를 하게 되었다.


시험장을 나와 바로 앞 주차장을

끝에서 끝으로,

화단 경계석을 마치 외줄을 타듯

무의식적으로 걸어 다니며

머릿속으로는 수많은 질문들이


다투고 있었다.


어떻게 질문을 하면 좋을까?

그전에 어떻게 다가가면 좋지?

혹시 시험에 떨어지시진 않겠지?...


면접시험의 상대는

어제 대화를 나눴던,
빌딩관리업의 대표님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머릿속에 상황극을 다섯 번쯤 돌렸을 때

드디어 대표님께서 나오셨다.


“고생하셨어요”라는 인사와 함께 자연스레

표정을 살폈다.


다행히 '합격'하신 것 같다.


“대표님,

저는 보수공사에 대해서 관심이 많습니다.

가능하시다면
오늘 대표님 회사에 한 번 방문해 봐도 될까요?”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대표님께서 말했다.


“아… 제가 지금 바로 현장으로 가야 해서요."라며

살짝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 둘 사이에 약간의 침묵이 흘렀다.


그 짧은 찰나에 나는 머릿속으로

다음 대화를 어떻게 이어나가지?

"그럼 다음에라도...."

뭔가 너무 끌려가는 거 같은데..

"그럼 괜찮을 때 연락 주시겠어요?"

연락 안 주실 거 같은데...


침묵 끝에 대표님께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 이어졌다.


“시간 되실 때
현장에 오셔서 한번 경험해 보실래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건
내가 가장 하고 싶었지만
차마 꺼내지 못했던 말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현장에 가면 오히려 방해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말을 먼저 꺼내 주다니.


나는 망설일 틈도 없이
“무조건 가겠습니다”라고 대답했고
연락처를 교환했다.


그렇게
대표님과의 첫 만남은 끝이 났다.


나는 이날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운은 행동하는 사람, 움직이는 사람에게

따라붙는다는 말이 떠오른다.


100만 원이 훌쩍 넘는 교육비가

부담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나는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과감히 움직이기로 선택했고


그 선택의 끝에서
또 다른 선택지를 만나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정말,

상상조차 하지 못할

강도 높은 현장의 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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