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Prologue

지금 잠시 그 누군가

by 한마음

머리로는 아주 잘 알고 있는 사실이 체한 듯 얹혀 마음까지 내려오지 못할 때가 있다.

우울증이 내게 그랬다. 마음의 감기라지만 그 흔한 감기, 내가 걸릴 거라곤 생각하지 못하며 살아왔다.

그렇게 당혹스럽게도, 나도 현대인이라며 도장이라도 찍듯, 현대인의 질병이 나를 찾아왔다.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 상담 센터를 찾을 때까지도 우울증을 예상하지 못했다.

세상만사가 귀찮고, 회사 일이 쳐다보기도 싫어지자 번아웃이 아닐까 다소 막연하게 센터를 찾았다.

그러나 검사지는 심각한 우울 단계라는 뜻밖의 선고를 내렸다.


예민한 줄로만 알았던 나는, 정작 스스로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무뎌져 있었다.

상담사님의 강력한 권고로 곧바로 정신과를 예약했고, 그렇게 약물치료와 상담의 일상이 시작되었다.


지금부터 나는 이곳에 시시콜콜한 우울증의 여정을 기록해 나가보려 한다.

뭐 좋은 이야기라고 기록까지 하나 싶기도 하지만.


이유 없이 찾아오는 시련은 없다는 것이 일평생 나를 여기까지 붙들어준 하나의 믿음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울을 진단받고나니 마음속에선 전에 없던 작은 희망이 자리 잡았다.

웅덩이에도 꽃이 핀다고 믿으며 살아온 나의 신념을 증명할 기회가 생겼다.


다소 어처구니없는 희망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가 비슷한 웅덩이에 빠져 있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라며, 나는 나의 작은 꽃을 이곳에 피워볼까 한다.


누구나 웅덩이에 빠질 수 있다.

지금 잠시, 그 누군가가 나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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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